커피와 녹차로 마음을 녹여주는 큰 누님 박병연, 연정옥, 윤수영

옛 말에 ‘작심 3일’이라고 했다. 맘 먹은 대로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나타내는 속담이다. 그런데 15년을 비가 오나 눈이오나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킨 이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50대 만난 이들이 70세를 훌쩍 넘겼고 막내는 60대 끝줄이다.

지난 6월 12일 수동에 위치한 청주시 일자리 지원센터. 오전 5시 30분이지만 날이 밝아 새벽이라 하기가 머쓱했다.

▲ 왼쪽부터 박병연, 연정옥, 윤수영 씨.

이곳에는 하루 하루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구인자와 만나는 공간이다. 센터 앞 간이 의자에는 몇 사람의 노동자들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큰소리는 없다. 다른 이 보다 일찍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는 센터 로비에 설치된 컴퓨터에서 인터넷 고스톱을 치고 있다.

용역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 공간으로 모이는 노동자들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왁자지껄한 모습은 없다.

이 곳에 윤수영(68), 박병연(73), 연정옥(73) 세명의 아주머니가 있다. 이들 세 아주머니는 휴대용 가스렌지로 물을 끓이고 사람이 지나면 커피와 녹차를 탄다.

커피를 타는 아주머니도 이 잔을 받아들이는 노동자들도 긴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녹차 한잔 하세요”. “아뇨. 커피 주세요”. “네. 여기 있어요. 예수 믿으세요”.

우암교회 신도인 세 아주머니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국가 부도위기 사태로 실업 노동자들이 오갈 곳이 없어 넘쳐 나던 그 시절. 이들은 매주 수요일 국밥을 끓여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웃의 아픔에 대한 자그마한 위안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청주시가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밥이 필요 없어졌다. 한번 맺어진 인연이 쉬이 끊어지랴. 세 아주머니는 국밥 대신 커피와 녹차를 끓였다.

이 시간이 자그마치 15년이다. 이들 세 아주머니는 다 안다고 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으면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래서인지 아주머니들도 노동자들도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는가 보다. “예수 믿으세요”하는 아주머니의 후렴구와 무심히 스쳐가는 노동자들 사이에 더 끈끈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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