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문화평론가

요사이 자전거 타는 재미가 아주 크다. 필자는 무심천을 따라 청주대교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까치내 너른 들에 있는 청주시환경사업소 근처까지 갔다 온다. 이 자전거 길은 남으로 문의 들어가는 고은삼거리까지 그리고 북으로 옥산까지 뻗어 있다고 한다.

아직 일부 구간만 맛보았지만 청주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무심천을 따라 자전거 길을 낸 일은 참 잘한 일이다. 자전거 안장 위에서 또는 다리 그늘 아래서 둘러보는 무심천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청주대교 아래 롤러스케이트 장 옆 커다란 옥외간판에 무심천의 미래를 담은 청사진이 설치되어 있다. ‘무심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조감도’가 그것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하천…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추억의 강 조성’이 사업목적이라고 한다.

필자의 머리속에 이런 질문이 생긴다. 첫째, 지금껏 무심천에 자생한 우거진 갈대와 물억새 군락이 도심 시멘트 건물과 포장도로 위에서 달구어지는 한여름 뜨겁고 습한 짜증을 하늘로 밀어 올려 주는 시원한 기운을 만들어 주었다.

청주시는 군인 머리 깎은 듯한 잔디밭을 조성하여 점차 갈대와 물억새의 자리를 대신하게 하고 있다.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도심의 천연 냉각기가 그리고 자연 정화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손익계산이 어떻게 될까?

둘째, 5월 초였던 것 같다. 한 곁에 자전거를 세워 둔 이들이 있다. 봄 햇살과 강바람으로 겨울 묵은 때를 벗기면서 나물 캐는 이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이들이 손끝으로 느끼는 한 줌 나물 캐는 즐거움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보잘것없는 일일까? 시민에게 365일 즐거움을 주겠다고 해서 청주시가 수십 수백 억원을 투자하는 국제적인 전람회가 주는 즐거움에 비한다면 당연히 포기해도 좋을 만큼 하찮은 것일까? 무심천 나물캐기 봄축제를 상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셋째, 작천보를 지나면 ‘구룡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무허가 임시 건물이 있다. 국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활터이다. 청주시는 이미 ‘김수녕양궁장’을 번듯하게 지어 운영하고 있다. 우암산에는 인가된 국궁장이 있다. 나는 잠시 상상해 보았다. ‘무심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조감도’에 힘차게 말이 뛰고 그 위에서 활쏘기 할 수 있는 마장마술 활터가 있으면 어떨까.

하늘 높이 올라 청주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그래서 매년 사진을 찍어 본다면 청주시는 계속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더해지고 있는 도시다. 화가가 제 아무리 큰 화면에 그림을 그린다 해도 청주시만 한 캔버스 위에서 놀 수는 없다.

청주시민이 그렇게 큰 화면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사람들이 지금 청주시청에 있다. 그림을 그릴 때 화실에서 화면에만 빠지지 말고 실제 현장으로 나가서 몇날 며칠이고 그 속에서 살아 볼 때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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