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고구마처럼 요긴한 작물이 있을까? 고구마는 1700년대 일본을 다녀오던 통신사가 들여와 오랜 기간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황작물로 각광을 받았다. 감자 역시 구황작물인데다 땅속에서 나기는 마찬가지지만 차이가 있다면 감자는 줄기가 변한 덩이줄기고, 고구마는 덩이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유에 인용될 때도 유독 고구마만 거론되는 경우가 있다.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질 때 ‘고구마줄기처럼’이라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이다. ‘비리가 감자줄기처럼 쏟아진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고구마에게는 안됐지만 최근 터진 청주시 공무원의 6억6000만원 수뢰한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다시금 ‘고구마줄기처럼’이란 표현이 사용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청주시가 KT&G 소유 옛 연초제조창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공무원이 6억6000만원을 받았고, 250억원과 400억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350억원에 매입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6억6000만원을 받고 혈세 100억원을 얹어준 셈이 되니 청주시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 독직사건이다. 규모가 크다보니 동료 및 위선 연루설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여기서 말하는 고구마 줄기는 케케묵은 옛 고(古)에, 낡고 남루한 오랠 구(舊), 복마전의 마귀 마(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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