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투표 땐 농업농촌발전계획수립 약속…양 시·군, 1년 지나도록 ‘나 몰라라’

“이름만 있을 뿐이다. 통합 청주시가 도농복합도시라고 하지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고, 단체장이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도 한다고 해놓고 나몰라라 한다. 통합 이후 도시화는 농촌인구 감소를 불러올 게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도경 충북도의회 의원은 통합과정에서 농업이 소외를 받고 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청원군 북이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농업 문제가 나오면 더욱 속이 타들어간다.

▲ 농민단체들이 지난해 6월 24일 청원군청에서 ‘청주청원 상생발전을 위한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후 단체장 면담을 통해 약속을 받아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지켜진 게 없자 뿔이 단단히 났다.

▲ 지난해 6월 25일 농민단체들이 한범덕 청주시장을 만나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 수립 촉구하고 면담하는 모습.

지난해 청주청원 통합을 앞두고 농민단체들은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하던 농민단체들은 “통합 청주시가 될 경우 농업 관련 국가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월 27일 청주청원 통합시 투표를 앞둔 6월 24일 청주시와 청원군의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통합을 준비하면서 청주청원 상생발전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시장과 군수는 즉각 반응했다. 다음날인 6월 25일 농민단체들은 한범덕 청주시장과 청원군수를 만나 다시 한번 약속을 받아냈다.

약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주시장은 △청주청원 상생발전 39개 상생발전 협약안에 포함시켜 추진 △2030 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 안에 농업농촌 관련 별도의 장을 두어 비중있게 다루겠다고 했다.

청원군수는 △통합 전 농업농촌관련 청원군 지원예산 및 사업이 줄지 않도록 노력 △친환경 학교급식의 경우 청원군 수준으로 청주시도 끌어올리겠다고 답했다.

관계자들, 협약안 내용 인지 부족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러한 약속들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먼저 39개 상생발전 협약안에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양 시군의 관계자들은 그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청원군 농정과 관계자는 “농업농촌발전계획안은 상생발전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청주청원이 함께 할 용역 부분에 대해서는 통합 추진과정에서 리스트를 뽑았는데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은 누락됐다. 상생발전안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청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청주청원통합추진지원단 관계자 또한 “상생발전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두영 통합추진위원회 의원은 “상생발전협약안 가운데 농업 관련 분과에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통추위 의결까지 된 사항이다”고 답변했다.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주시통합실무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2030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업농촌 분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뒤 이후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 용역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2030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은 2014년 6월에 끝난다. 적어도 올 하반기에 예산을 세워 내년 본예산에 용역관련 예산을 포함시키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초 약속처럼 2030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에서 농업분야가 별도의 장을 만들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관계자는 “도시기본계획에서는 농업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은 법정계획으로 다뤄져야 하는 데 도시기본계획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 별도의 장을 마련해서 언급한다고 해도 법정 구속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청원이 통합을 하면서 가장 내세웠던 가치는 도농복합도시였다. 2030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에서도 도시의 미래상으로 ‘유기농명품도’등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관련용역이 손에 잡히는 게 없자 농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용역 시작도 안 해

기자회견을 기획했던 최시영 충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은 “거대 도시가 탄생하게 되면 농지는 줄어들고 농촌은 슬럼화 될 것이다. 공동화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될 것이고 도시는 계속해서 기반시설을 확충하느라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과연 통합으로 도시와 농촌의 삶의 질을 꾀할 수 있을까. 통합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지금부터 세부적인 안들이 논의돼야 하고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농촌으로 다시 올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이 통합 이전에 논의되고 수립돼야 하는 데 단체장들이 약속한 것마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농민단체들은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용역에서 △청주청원 통합 농업 농촌의 당위성 △청주청원 농업 농촌 발전 비전과 전략 △청주청원 어메니티 가치의 재발견과 제고 방안 △FTA에 대비한 청주청원 농업농촌 대응방안 △농업농촌 발전 투융자 계획 수립 등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농촌과 생태환경을 보전하며 농업을 지키고 농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함께 잘 사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두영 통합추진위원회 의원은 “농업농촌종합발전계획이 통합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군 통합하면 급식도 통합될까?
청원군은 친환경, 청주시는 일반급식
거버넌스 구축하고 급식 논의 진행해야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은 올 초 무상급식 분담금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정계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시종 지사-이기용 교육감의 갈등은 곧 차기 도지사를 놓고 벌인 신경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상급식 논의에서 분담금액보다 무상급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생의 가치다.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지역농업과 지역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어야 했지만 이러한 논의는 쏙 빠졌다.

뿐만 아니라 통합을 할 경우 청주시와 청원군 학생들의 식판에 빨간불이 켜진다. 청원군은 이미 오창농협을 물류창고삼아 친환경급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식자재 및 급식 납품업체를 통해 물건을 공급받고 있다. 청주시가 청원군처럼 하려면 별도의 친환경급식예산을 세워야 하지만 청주지역은 학생 수가 많아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통합 이전에 급식논의는 일단 ‘통합이후’로 미뤘지만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정작 통합 1년여를 앞두고 아무런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친환경 무상급식조례가 충북도에서 통과돼 친환경무상급식지원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1년에 한번 형식적인 회의가 열린다. 민간영역에서 무상급식을 논의했던 단체들도 많지만 하나의 단일한 창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급식부분을 따로 떼어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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