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학교를 통해 확인한 동질감이 공동체 마을 모태
학교운영·문화·마을부역 참여는 필수, 경제공동체도 시도

 

▲ 좌구산 자락인 미원면 운교리에 자리잡은 거북이학교 전경. 이 학교를 중심으로 13가구가 참여해 삶과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의 할 일은 아예 안한다.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청원군 미원면 운교리에 위치한 공동체 ‘거북이학교’의 교가다. 거북이학교는  교가처럼 학원과 시험, 경쟁 교육에 찌든 아이들이 거북이처럼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뛰어 놀기를 추구한다.

거북이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 그리고 주말에 비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박 2일이 될 수도 있고 3박 4일이 될 수도 있다.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고기를 잡기도 하고 황토수영장에서 온 몸을 진흙 범벅으로 만들기도 한다. 밤 하늘에 넓게 펼쳐진 은하수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만두를 빚어 복을 빌기도 한다.

거북이학교의 중심은 아이다. 아이를 중심으로 부문이 아니라 전체를, 치우침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가르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덤으로 배우기도 한다. 학교 옆 작은 텃밭에는 손수 심은 먹거리가 자라고  땀 흘려 일한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지난 6월 1일 미원면 운교리에 자리 잡은  거북이학교가 두 번째 개교식 행사를 치뤘다. 졸졸졸 흐르는 해발 360미터 좌구산 자락 작은 개울 옆에 마련된 학교의 작은 소공연장. 작은 앞마당 정도의 소공연장에서 ‘각시를 찾습니다’란 흥겨운 마당극이 진행되더니 버나푸리 창작무용이 열렸다. 아이들과 엄마·아빠 가족단위의 150 여명 참석자는 박수를 치고 추임새를 넣는다. 10년간의 종암리 생활을 접고 거북이학교는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처럼 거북이학교는 비슷한 교육철학과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여가·문화 공동체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10여년간 거북이학교의 여적을 통해 동질감을 확인한 13가구가 모여 작은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2010년 경 첫 모임을 시작했다.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가구당 1000만원의 출자금을 냈다. 이렇게 모인 돈과 거북이학교의 돈을 모아 이곳에 9000 ㎡의 땅을 구입했다.

한 가구당 400㎡ 정도의 땅이 배정된다. 물론 소유는 공동체의 소유다. 이곳에선 입주한 가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간 1억원의 인세 수입을 뒤로 하고 빌뱅이 언덕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생활하다 아무것도 가지고 간 것이 없는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처럼 이곳 사람들도 살다가 떠나는 것을 꿈꾼다. 떠날 때 남겨진 것은 권 선생의 오두막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삶과 여가를 공유하는 문화공동체

▲ 지난 6월 1일 진행된 거북이학교 이전 개소식.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공연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다.

“우리가 만들 마을공동체의 핵심은 학교다”. 거북이공동체 마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달우(53)씨의 말이다.  신 대표에 따르면 13가구가 마음을 모은 것과 인연의 깊이를 더한 것도 그렇고 공동체를 결심하게된 것도 모두 거북이학교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의 정관으로 제일 우선해 정한 것이 학교와 관련된 것이다.

이 정관에 따르면 공동체의 성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 능력에 맞게 학교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음식을 맛있게 잘 하는 능력이 있으면 그 능력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면 되고 별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그것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풀어 놓는 식이다.

두 번째로 학교와 마을에서 치러지는 문화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참여하는 방식도 사람별로 자신의 특성에 맞게 참여하면 된다. 세 번째로는 마을을 가꾸는데 필요한 부역에 참석하는 것을 정관에 넣었다.

정관에 나타난 것처럼 이곳 공동체 사람들은 제일 먼저 학교를 지었다. 건평 180㎡로 지어진 학교에는 식당과 숙소, 다락방으로 구성됐다. 학교 건축을 마친 뒤에는 150명 정도가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과 같은 작은 소공연장을 마련했다. 지난 개교식 행사 때처럼 이곳에선 여러 문화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또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을 비롯한 방문객을 위해 2000여 ㎡의 농장 체험학습장을 조성한다. 경작은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거북이학교와 이곳에 만들어질 마을 공동체는 구성원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5년 전 거북이학교가 만들어 질 때처럼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여가, 놀이 모두를 공동체 마을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이 곳 구성원들은 생각한다.

신 대표는 거북이공동체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곳 구성원들은 소박하게 황토 오두막집을 짓고 싶은 사람이나 폼 나게 집을 짓고 싶은 사람도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단 주말에 한 번 들르고 마는 별장 개념으로 생활하면 안 된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정도에서의 작은 규범으로 느림의 미학을 존중하는 타인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마을. 이곳 구성원들이 꿈꾸는 지점이다.

▲ 공동으로 운영하는 표고버섯농장에 생산된 버섯을 이용해 아이들이 효소를 담그고 있다.

마을공동체에서 경제공동체도 꿈꾼다.  
9000㎡ 표고농장, 효소사업 통해 공동체 일자리 시도

“공동생산, 공동분배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신 대표의 설명처럼 이곳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처음부터 경제 영역을 관심에 둔 것은 아니었다. 마을을 함께 꾸미고 문화공간을 함께 만드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의 사업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사업까지 시도한다. 4억 여 원을 투자해 9000㎡ 규모로 만들어진 표고버섯 농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농장에는 공동체에 입주할 4가구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참나무를 이용해 재배하는 방식이 아닌 배지를 이용해 표고버섯을 생산한다.

투자금이 회수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함께 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이곳에서 생산된 버섯을 이용해 효소를 만들고 있다. 효소를 저장할 토굴을 제작했고 이미 효소를 담은 항아리도 백 여개 가 넘는다.

앞으로는 거북이학교 교육팀도 구성해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경제생활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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