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매년 설,추석 등 년 3회 밀어내기 강제할당
남양유업 사태이후 중단 됐지만 언제 재개될지 노심초사

“부담은 됐지만 매번 다 처리를 했어요.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가끔  자폭하는 아주머님도 있어요.”  “‘자폭’이란 말이 무슨 말이에요?”. “할당된 물건을 판매하지 못하고 본인이 떠안는 경우에요. 이런 상황을 우리 사이에선 ‘자폭’이라고 불러요”   

‘밀어내기’라 불리는 대기업의 불공정 영업 관행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쿠르트에서도 ‘밀어내기’ 영업 관행이 십 수년간 계속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양유업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대기업의 밀어내기 영업 관행이 일정한 자본규모를 갖춘 대리점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경우는 아무런 자본도 갖추지 않은 개인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야쿠르트 판매원 홍보를 위해 한국야쿠르트가 제작한 홍보 문안. 이 회사의 홍보 이면에는 판매원에 대한 밀어내기 영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로 9년째 야쿠르트 배달을 하는  A 씨. 그는 지난 설 명절을 2주 앞두고 대리점주로 부터 한국야쿠르트 제품 ‘윌’ 200개, ‘쿠퍼스’ 80개, 150만원 상당의 건강보조식품을 할당받았다. 이렇게 A 씨가 할당받은 제품의 전체 금액은 186만원.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대리점주는 유제품은 동일한 수량으로 할당이 이뤄졌지만 건강보조식품은  판매원 별로 차등을 두고 제품이 할당됐다. A 씨처럼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 받은 판매원에겐 많은 양이 할당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이 저조한 경우 최하 50만원부터 할당이 이뤄졌다.

스스로 프로 판매원으로 자부하는 A 씨는 그동안 관리해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당 받은 제품을 모두 판매했다. 하지만 모두가 A 씨처럼 제품을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 이럴 경우 판매 하지 못한 제품의 처리 몫은 해당 사원으로 넘어간다. 일부 판매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판매원은 할당된 제품의 금액을 부조건 회사에 입금해야 한다. A 씨는 이런 상황을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자폭 한다’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1년 전까지 야구르트 배달을 했던 B 씨. B 씨는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10년간 한국야쿠르트 판매원으로 일했다. B 씨는 한국야구르트는 1년에 세 번, 정기적인 밀어내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설 명절과 추석명절, 그리고 5월 프로모션 행사 기간은 매년 정례적으로 물건이 할당됐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 판매원 별 할당이 이뤄졌고 대리점별 영업실적이 부진할 경우도 강제 할당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자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처음 일을 시작했다는 B 씨는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부부 싸움을 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판매원에 비해 수완이 부족했던 B 씨는 할당 된 건강보조식품을 팔기위해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의존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고생한다며 직장 동료들에게 부탁하며 B 씨의 일을 거들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이런 부탁을 하게 되자 남편의 불만도 커져갔다.

이런 불만은 결국 “100만원도 못 벌면서 사람 힘들게 하냐.  눈치 보여서 직장 생활도 못하겠다”며 남편의 잔소리로 연결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부부싸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올해 5년째 한국야쿠르트 판매원 일을 하는 또 다른 C 씨. C 씨의 설명도 위 두 사람의 설명과 차이가 없었다. C 씨도 명절을 2~3주 앞 두고 발효제품과 건강 보조식품에 대한 할당을 받았다. 일을 시작한 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차례 기간에는 어김없이 할당이 이뤄졌고 비정기적인 제풀 할당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위 두 사람과 차이가 있다면 할당된 제품 판매를 위해서 길거리 영업을 했다는 것 뿐 이었다. 

인센티브 욕심 낸 일부 판매원의 문제?

한국야쿠르트가 판매원에게 강제로 밀어내기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회사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회사 충북영업팀 이 모 팀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판매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희망매출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희망매출목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2-3%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욕심내 무리하게 판촉과 홍보하는  일부 사원들이 있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야쿠르트 판매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매원 C 씨는 “ 몇 만원 벌자고 몇 십만원 내놓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판매원 A 씨는 ‘교묘한 말 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침했다. A 씨는 “물건을 판매한 대가로 판매원에게 돌아오는 수수료율이 십 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며 “회사가 수수료율을 인상한다고 하더니 어느 날 인센티브제를 내밀더라”며 회사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의 밀어내기 횡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에 대한 야쿠르트 판매원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판매원 A 씨와 C 씨는 남양유업 사태가 터지고 나서 매년 5월 달에 진행된 밀어내기가 이번에는 중단됐다고 기뻐했다.

A 씨는 “내개 지난해 할당된 금액만 다 합쳐도 800만원은 될 것”이라며 “밀어내기만 없더라도 판매원 일이 힘들지만 기술도 돈도 없는 주부들이 해볼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야구르트 판매원 월 수입이 180만원?
자영업자 취급, 퇴직금도 없고 4대보험도 안돼. ‘꿈 같은 소리’ 비판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월 ‘42회 야쿠르트 대회’를 앞두고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판매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의 월 수입이 18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야쿠르트 판매원들은 월 180만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월 2회 정도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제품으로 판촉활동을 벌이며, 평균 45명에게 제품을 권유한다. 고객 한 명을 만들기 위해 이들을 찾아가는 횟수는 2.7회로 조사됐다. 이들의 세일즈 파워는 전국 평균으로 750만원의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쿠르트 판매원들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전직 판매원 B씨는 “한 달에 130만원만 벌었어도 후회가 없다. 나는 한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고 회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퇴직할 때 퇴직금도 일절 없다. 명절 때 만원짜리 선물세트 받은 것 밖에 없다”며 일반회사 같으면 부담해야 될 돈이 빠져있는 생색내기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판매원 A씨는 현실의 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소설 같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A 씨는 판매원별로  어쩔수 없이 야쿠르트 제품을 구매하는 금액이 최소 10만원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품을 구매하고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고객의 요금까지 판매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금, 4대보험, 기타 복리후생 같은 것을 생각하면 판매원들의 실제 월 수입금은 100여 만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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