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문화재단 후원회장 폭언·협박으로 문체부 실사 난장판 돼

4년째 ‘운보의 집’을 파행 운영하고 있는 운보문화재단 핵심인물이 정부 부처 실사과정에서 폭언·폭행 등 난동을 부리며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6일 청원군 내수읍 ‘운보의 집’을 방문, 운영 실태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이날 실사 현장에는 문체부의 사전조정으로 충북도와 운보문화재단·운보문화재단정상화대책위(이하 정상화대책위)측 관계자 각 3명씩 참석했다. 실사 결과에 대한 뒷말을 없애기 위해 이해관계의 양측을 동등하게 참석시킨 것이었다.

▲ 운보의 집.
올해는 운보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하지만 이렇다할 기념행사조차 열리지 않자 지역의 일부 인사들이 운보의 집 운영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게 됐다. 마침내 지난 4월 지역 문화예술인 36명이 정상화대책위를 꾸렸고 문체부에 운보문화재단의 부실운영을 진정했다.

이날 문체부 담당직원들은 ‘운보의 집’ 현장실사에 나서 연못, 한옥, 미술관 및 작품 등을 점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운보문화재단 황인연 후원회장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상화대책위 이욱 사무국장이 관리부실 문제점을 지적하자 황 회장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달려들었다는 것.

심지어 “(이국장이)나한테 돈을 요구했는데 안주니까, 저렇게 방해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는 너 하나만은 반드시 죽여버릴 꺼다”라는 폭언을 쏟아냈다는 것. 정부 공인 문화재단의 핵심인물 입에서 시중잡배 수준의 망언과 협박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대해 이욱 사무국장은 “운보미술관에 걸린 작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가 하면 연못에서 악취가 나고 한옥집이 썩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현재의 운보문화재단은 운보의 집을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갑자기 폭언을 하면서 나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인데, 이날 현장에 있던 대책위원들도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법적대응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화대책위측은 “이제 운보의 집은 정부가 관리하는 문화예술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개인이 점유해 방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말이면 2천명이 방문했던 시설인데 지금은 수십명이 될까말까다. 이런 파행운영을 눈감고 있는 문체부와 지자체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운보문화재단측은 “현재 운보의 집은 아무런 사고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정상화가 어디까지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상적으로 개방돼 있고, 투자 부분은 향후 계획대로 추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인사로 유일할게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동연 이사장도 ‘뭐가 정상화가 안된 것이냐’고 발언해 대책위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대책위원인 박영순 충북유도회장은”운보의 집에 사람이 찾아오질 않는데 문만 열려있다고 정상화가 된 것인가. 김동연 이사장에게 ‘후임자를 지역 출신으로 추천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사들이 결정하는 일인데 내가 어떻게 할 수없다’는 뻔한 대답만 하더라”고 말했다.

정상화대책위는 운보문화재단을 문체부에서 직접 관리하거나 아니면 충북도로 이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체부는 현장실사에 이어 회계 및 재산 감사를 거쳐 새 이사진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설립자인 운보의 자손들도 참여하지 않은 이사회, 이사장보다 후원회장이란 비공식 직함의 실세가 좌우되는 운보문화재단. 문체부가 비상식과 비정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충북도의 이관 의지가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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