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분리수거는 요식행위·전용처리시설 없어
재활용외면, 생활쓰레기 연간 450톤 소각장으로 직행

▲ 지난 30일 충북대학교 학생회관과 개신문화관 뒤편에 놓여 재활용 소각장으로 보내질 쓰레기 봉투가 쌓여 있다. 이 봉투에는 한눈으로 봐도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오염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 되며 자원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공공기관인 충북대학교가 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결과 충북대학교는 대다수 건물에 분리 수거함등 표면상으론 자원 재활용 분리 수거 시스템을 비치했다. 하지만 소각장으로 보내지는 쓰레기 봉투에 담겨진 내용물은 완전 딴 판이었다. 내용물을 뜯어 볼 것도 없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그 실상은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5월 30일 충북대학교 학생회관 뒤편 인도에 소각장으로 보내질 6개의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다. 육안으로도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요구르트 병이 캔과 라면용기, 비닐 봉지와 함께 담겨 있었다. 봉투 하단에는 라면 국물로 보이는 음식 찌거기가 홍건히 고여 있고 일부는 찢어진 봉투 사이로 바닥으로 흘러 나왔다.

그 옆에 있는 쓰레기 봉투도 마찬가지였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와 캔, 플라스틱 용기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범벅을 이루고 있다.

반면 건물 내부에는 플라스틱, 캔, 종이 등 으로 구분된 분리수거함이 설치돼 있었다. 밖에 놓여있는 소각용 쓰레기봉투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 지하 1층에서 분리수거함 이용실태를 1시간 정도 관찰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학생도 몇 명에 불과했다.

이 분리수거함과 20여 미터 떨어진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 이 전문점 앞에는 재활용 구분이 표시되지 않은 쓰레기통이 있었고 학생들은 이곳에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버렸다. 학생들이 지나 가지 않는 외진 곳에 설치된 분리 수거함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충북대학교내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가 모이는 집하장을 찾았다. 집하장 한 켠에 종이 박스가 일부 모여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철제 의자와 같은 고철류가 일부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캔과 같은 고철과 알류미늄, 플라스틱 제품 들이 따로 저장된 것은 없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용역직원은 “박스 채 온 종이는 모아 두지만 이곳에선 다른 재활용 자원을 일절 선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는 “청소원들이 비닐봉투에 담아 둔 쓰레기 봉투를 이곳까지 운반해 소각업체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분리수거는 청소원 업무

재활용 자원 분리수거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생활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고 있는 총무과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활용 분리 수거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매년 생활 쓰레기 발생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건물마다 분리수거함을 갖추고 있고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원이 기본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선별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인식부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초등학생에 비해 가장 말을 안 듣는 집단이 대학생인데 이 학생들이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폐지 가격이 하락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폐지 가격이 좋으면 청소원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데 가격이 폭락하다 보니 청소원들이 이를 외면하고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활용 전문가들은 학생과 청소원의 문제가 아닌 충북대학교의 자원재활용에 대한 인식부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재활용분야 전문가인 정남규 (주)미래ENT 대표는 충북대학교내에 기본적인 재활용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 대표는 충북대학교는 “재활용을 전담하는 인력도 없을 뿐 더러 별도의 선별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민간 부분의 자원재활용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청소가 주된 업무인 청소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태도”라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대학에서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와  폐지 줍는 노인들의 문제만 연결해도 십여명의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거리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북대학교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충북대학교에서 소각장으로 보내지는 생활쓰레기는 연간 450톤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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