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우리는 어느덧 완벽한 사진에 익숙해졌다. 황금분할적 구도에 딱 들어맞는 회화적 사진, 컴퓨터로 말끔히 된 일명 ‘뽀샵“사진 등,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라는 고민보다 어떻게 사진을 만들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보도 사진도 그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프레임 안에 중요 요소를 넣고 전달할 메시지를 한 컷에 담는다. 때론 연출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흐트러져 있는 사람들을 모으거나 걸맞는 적당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동물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청주시 낙가방죽에 새끼두꺼비가 목격됐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 소속의 사진기자들이 찾아다. 그러나 상황은 예년과 달랐다. 해마다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터라 새끼 두꺼비의 대규모 이동광경은 볼 수 없었다.

간간이 올라오는 것은 몇 십 마리뿐이어서 거기에 뿔뿔이 흩어져 올라오는 녀석들을 그림같이 완벽한 사진으로 담는 것에 익숙한 사진기자들은 몹시 불안했다. 급기야 한 사진기자가 페트병에 두꺼비를 주워 담는다. 주워 담은 두꺼비를 한곳에 놓아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를 본 기자는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것이고 그렇게까지 하지 말자.”고 했다. 주변엔 환경단체들도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결국 페트병에 담아둔 두꺼비를 쏟아 찍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 뒤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자리를 찾았다. 그렇게까지 찍지 않으리라는 일전의 다짐으로 열심히 새끼두꺼비의 이동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역시나 어려웠다. 멀리서 본 뒤 다가서면 도망가고 한 장에 두 마리 이상 담는다는 것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정도였다. 주위를 보니 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로드킬을 당할까 두꺼비를 그릇에 담에 산으로 올려 보내주고 있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그릇에 담긴 두꺼비를 땅에 놓아 사진을 찍었다.

▲ 새끼두꺼비의 이동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역시나 어려웠다. 멀리서 본 뒤 다가서면 도망가고 한 장에 두 마리 이상 담는다는 것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정도였다.카메라 Canon 1D MarkⅢ, 렌즈 16~35mm, 셔터1/320, 조리개9.1, 감도 400.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릇에서 나온 녀석들은 제 갈길을 가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졌고 결론적으로 그림이 안 됐다. 연출하지 말라고 외쳤던 기자의 모습은 이제 기억에 없고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과오를 범한 셈이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떠나 사실을 왜곡하고 예쁘게 포장하려는 사진, 여러 신문을 펼쳐도 거의 같은 분위기의 사진, 보도사진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기자 또한 거기에 물들어가 있지는 않았던가? 나름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시류에 영합하지 않으려는 꼿꼿한 정신을 다시 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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