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임기 마치는 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

충북에 시민운동이 정착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청주경실련, 충북환경운동연합 등으로 대표되는 시민단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때로는 연대해 시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시민단체가 태동한 시기는 대개 1990년 이후다.

시대적 상황이 그러했고, 시민운동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시민단체는 존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단체인 YMCA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1년 배재학당YMCA를 시작으로 1914년 전국연맹이 창립됐고, 1948년 청주YMCA가 창립됐다.

역사로만 본다면 청주YMCA는 도내 시민단체의 맏형 격이다. 하지만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단체의 특성 때문인지 과거에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사업으로 대표되는 청주YMCA의 독자적 시민운동과 함께 지역현안과 환경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한 목소리를 내며 맏형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역의 활동가들은 청주YMCA의 변화의 중심은 김홍성(57) 사무총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음 달이면 사무총장 임기를 다하는 김 총장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20년간 몸담은 청주YMCA를 떠난다. 김 총장은 청주YMCA에 대해 “삶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 준 곳”이라고 개인적 의미를 밝혔다.

1993년 기획실장을 맡으며 청주YMCA와 인연을 맺은 김 총장은 기독교 소식과 동향, 지역 소식 등을 전하는 크리스천 문화신문을 제작하는 일에 매진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했고, 그의 첫 작품인 ‘어머니 학교’를 선보였다.

“내가 서른일곱 되던 해다. 산업화 초기였던 우리 또래만 하더라도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산업현장으로 간 여성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된 후에도 제때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은 그들에게 한으로 남았고, 그 한을 풀어주자는 것이 어머니 학교의 기획 의도였다. 중학교 진학을 못한 어머니를 대상으로 중학교 과정 커리큘럼을 짜고, 일주일에 2회,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학교를 열었다. 강사도 모두 현직 교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김 총장은 “1993년 겨울에 시작해 5년을 유지했다. 학력 인정은 못 받았지만 어머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매 수업마다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고, 열심히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늦깎이 대학생이 된 분들도 있다”며 “과정을 마친 후에도 일종의 동문회를 결성해 친교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 총장은 이후로도 ‘작은 대학’이라는 인문학 과정을 개설하는 등 교육사업들을 진행하며 간사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운동인력을 확대해 지역현안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청주시근로자복지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근로자 대학을 운영하고 영화 상영을 매개로 지역민들의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적대적 관계로까지 치달았던 민주노총충북본부와 관계를 회복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다.

인생의 황금기를 쏟아 부은 청주YMCA지만 지난 20년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 총장은 연임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청주YMCA가 전성기를 지났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던 청주YMCA는 이후로 인력도 축소됐고 사업도 위축됐다. 쇠락의 원인은 무리한 회관 리모델링이었다. 회관 개축에 수억원이 사용되면서 빚까지 지게 됐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때는 상근직원들 급여가 밀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한때 본원에만 25명이었던 직원 수가 현재는 1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김 총장은 “지난 4년은 정상화를 위해 매진하는 기간이었다. 부채도 상당부분 해결했다.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연임했다면 청주YMCA가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었다”며 “이사회 또한 청주YMCA의 발전을 위해 결정했을 것으로 믿는다. 아쉽기는 하지만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YMCA 기본정신과 이념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총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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