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 공소장 효력 놓고 공방``` '음모 가능성' 억측 난무

정치재판 중에 최고의 코미디라 할 수 있는 재판이 충청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히 ‘해외토픽감’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바로 검찰이 박덕흠(60·충북 보은·옥천·영동) 새누리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서명을 누락하며 공소시효 시점을 놓고 양측 간 갑론을박 하는 형국을 두고 말이다.

박 의원실에서는 지난달 28일 이른바 검찰의 공소장 기명날인 누락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충청리뷰>와의 전화통화에서 난색을 표했다. 일각에서 박 의원측이 검찰이나 법원 관계자를 매수 해 공소장을 바꿔치기 하지 않았냐면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실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요즘은 초등학교 시험지도 못 바꾸는 세상인데 더군다나 사법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나. 정말 답답하다. 생각지도 않는 생병을 앓게 생겼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게 유리하게 돌아갈까?

▲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
법조계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에 대해 검사가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아주 가끔씩은 기명날인을 빼 먹기도 한다며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문제로 남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서명 누락된 것은 다시 추완하면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 할 수도 있지 않나. 다만 이번 사건이 공소시효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며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해당 검사는 행위 자체에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음모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음모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 할 수는 없겠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면서 의심을 일축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음모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마찬가지 견해를 내세우면서도 “공익 추구 집단의 느슨함은 사익추구집단의 간절함을 이길 수 없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원본과 부본에 있다. 보통 서명 날인한 원본은 하나만 작성해서 법원으로 보내지고 부본은 변호인 측이나 재판 당사자에게 보내진다. 

청주지검에 따르면 4장으로 구성된 이 공소장의 일부에는 간인이 찍혀 있고 일부는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1~2페이지에는 검사의 간인이 이뤄졌고 3~4페이지에는 간인이 생략됐다는 것으로 점이다. 

상식적으로 겨우 4장 뿐 인 공소장을 검사가 작성하면서 간인을 찍다 중간에 그만 두고 마지막 장 서명 날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으로 남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검사가 원본과 부본에 간인과 서명날인을 하다가 원본만 날인을 하고 부본은 작성 도중 그만 실수로 날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원 담당자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원본과 부본을 바꿔치기 하지 않았나 의심까지 하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배달상의 착오로 원본과 부본을 받아보는 곳의 역할이 바뀌었다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어찌됐든 이번 사건은 재판중간에 원본과 부본의 향방에 대한 가능성도 전혀 배제 할 수 없게 됐다. 

국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박 의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소문이 국회에서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당초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계속 맡으며 의지를 보이고 있는 도모 검사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는 않았다. 도 검사는 얼마 전 청주지검에서 중앙지검으로 전보됐다.    

검찰 "관인 찍혔으면 기명 날인"

지난달 31일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는 1심에 판결에 대한 양측의 입장보다 변호인과 검찰은 때아닌 공소장 효력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 변호인 측은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으므로 당연히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이고 이에 따라 공소기각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지난 9일 재판 준비기일이 돼서야 검사가 서명을 했는데 이 사건 공소시효(6개월)는 이미 지난 1월 3일 끝났으므로 공소시효 완성 후 이뤄진 추완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추완의 효력에 관해선 법률 규정을 근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검찰 측은 “공소장에 검사 실명이 적혀 있고 공소장 첫 장과 둘째 장 사이에 관인이 찍혀 있으므로 기명날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여기 참석한 기자분들은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 한 뒤 "설령 기명 날인 또는 서명이 누락됐다고 판단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이런 누락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초래했는가의 여부”라며 반박했다.

이런 양측의 갑론을박과 무관하게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을 일단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 이 달 24일과 7월 1일 증인신문이 진행되고, 그로부터 3∼4주 뒤 선고가 내려진다. 박 의원이 4·11 총선 뒤 퇴직한 운전기사에게 지난해 6월과 7월 건넨 1억원의 성격을 우선 규명한 뒤 공소장 효력에 대해선 선고와 함께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지난달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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