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보는 학교와 다르게 느껴져``` “충북 교육 제도가 문제”

학업 중단 청소년들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즐거웠다. 편견은 또 다른 편견을 낳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나 사연 없는 인생은 없다고 말하듯이 그저 이들 청소년들에게도 각자의 사연이 있을 뿐이었다. 일반 청소년들과는 조금 다른.

최민경(20) 양은 지난해 7월 센터를 나오면서부터 검정고시를 준비해 얼마 전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수원에서 청주로 이사를 왔다. 전학처리를 안 하고 급하게 온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전학을 하려고 학교를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민경 양은 현재 앞날에 대한 꿈이 없다. “검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따냈는데, 따고 나니까 고민이 되요. 이후에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오로지 일단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고 있는 일부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 황미영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원장과 학업 중단 청소년(왼쪽부터 최병돈, 민기홍, 최선, 최민경)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병돈(18) 군은 인터뷰 내내 수줍음 많은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이 어른답게 다독거리지 않으면 솟아오르는 반항심이 내재되어 있었다. 병돈 군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들어가 1학년 때까지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와의 다툼이 있었고, 공부 안 할 거면 학교 다니지 말라는 말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때부터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이후 담임선생님은 그에게 학교에 다시 나오라고 종용을 했지만 병돈 군은 면목도 없고 죄책감도 들어 결국 자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검정고시에 패스한 그에게 대학 갈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병돈 군의 대답은 영락없이 문제아가 아닌 속 깊은 한 청소년이었다. “대학은 가고 싶은데 고민 되는 게 있어요. 아버지가 간염이신데, 약값이 많이 든다고 하거든요.”

최선(17) 양은 고등학교 나이답지 않게(?) 당차기만 하다.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어느 날 엄마에게 고등학교 안 가고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학교 가면 공부만 시켜서 무서웠다. 시키니까 더 싫어졌다.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싫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저 가만히 몇 시간 동안 칠판만 뚫게 지게 보며 앉아서 듣기만 하는 것이 싫었다. 아이들은 엎드려 자는데 선생님은 계속 수업하는 모순을 보면서 답답했다. 시간 낭비 같았다."

선 양의 말을 들으면서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일선 교육계에서 그의 발언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런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선 양의 이후 발언은 또 한번 충격으로 다가왔다.

“성적 줄세우기를 지향하는 일제고사를 안 나갔더니 교장 선생님이 공무원인 아빠를 욕하는 거예요. 아빠를 위해서라도 일제고사를 나와야 한다면서 말이에요. 그런 교장이 가득한 학교에 어떻게 다니겠어요.”

민기홍(17) 군은 소위 학교에서 일진이었다. 중 3때 학교폭력에 휘말려 소년원을 다녀왔다. 이후 미원공고(현 에너지고등학교)에 들어가 학교를 다니던 중, 자신이 때렸던 학생들이 자신을 비방하며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분을 못 이겨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다시 소년원에 들어갔고 고 1때 출석일수가 안 된다며 학교에서는 그를 자퇴처리 했다.

기홍 군은 학교에서 자퇴처리 한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했다. “자퇴를 하려면 보통 저랑 엄마랑 같이 가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거기(소년원)에 있어서...”

보호관찰소를 통해 센터를 알게 된 기홍군은 이곳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살짝 낯설었어요. 하지만 다니다 보니 계속 궁금했어요. 여기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다르지 않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수여식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기홍 군은 현재 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다른 학교로 전입을 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인터뷰를 하며 어른들이 보는 학교와 이들이 생각하는 학교가 다르게 느껴졌다. 황미영 원장은 “중`고등학교에서 오로지 대학만을 위해 무조건 달리는데 대학을 가면 깜깜한 것이 현실이다. 20대 자살률이 전국에서 충북이 1위인 것이 방증이라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이 교사를 잘 만나도 충북 교육의 제도가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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