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흔적 없는데도 ‘의혹’,‘의문사’까지 등장, 도넘은 선정성 보도 심각

미디어 오늘 전재/ 탤런트 손호영을 둘러싼 일들이 연일 언론들을 통해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다. 언론들이 손호영의 여자친구였던 여성의 죽음과 관련한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그 선정성이 도를 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일간스포츠의 21일자 단독 기사 <손호영 차량에서 여성 변사체 발견>로 세간에 알려졌다.

이 사건을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초기부터 번개탄과 유서 등이 발견된 점을 감안해 해당 여성의 사망원인을 ‘자살’로 바라봤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가 거의 없다고 판단되지만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사인과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에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유족과 협의해 부검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여성의 1차 검안에서 타살의 흔적은 없으며 가스중독으로 숨졌다는 부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해당 여성의 죽음에 대해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은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몰아갔다. 일간스포츠는 23일 <손호영 여친 사망 둘러싼 3가지 미스터리 집중 해부>에서 “속칭 증권가 정보지에까지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이 올라오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망자를 욕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손호영을 비롯해 유족들까지 힘들게하는 내용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흘러나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은 손호영과의 이별 때문? △왜 손호영의 차량에서 생을 마감했나 △사체는 왜 차 안에서 6일이나 방치됐나 등 소문들에 대해 자체 검증에 나섰다.

1차 검안서 ‘타살흔적 없다’ 결론

▲ 일간스포츠 23일자 1면 기사.

하지만 일간스포츠 보도는 그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는 의혹 확산에 동참했다. 이를테면 ‘자살은 손호영과의 이별 때문?’에 대해서는 “유서에는 ‘빚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손 씨에게 서운하다’라는 글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호영과의 이별이 서운한 건지, 또 다른 사건이 존재하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살을 선택한 배경에 손호영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는 식이다.

손호영과 망자와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 관한 문제를 마치 죽음과 관련된 의혹으로 보고 ‘~보인다’, ‘~전해졌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셈이다.

스포츠동아도 같은 날 <손호영 차량서 여친 자살…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셋>이란 기사에서 △왜 차에서 목숨 끊었나 △왜 늦게 발견됐나 △손호영, 왜 차량 도난신고 안 했나 등 일간스포츠와 비슷하게 접근했다. 한국일보 역시<손호영 여자친구 사망, 남겨진 의혹들은…>에서 “하지만 차량이 어떻게 인적이 드문 한강변 이면도로에 주차돼 있는지, 윤씨가 직접 현장까지 차량을 몰고 갔는지는 등 경위가 확인된 게 거의 없다”면서 “이와 함께 손씨가 여자친구와 본인의 차량이 함께 사라진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실종 신고나 차량 도난 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고 전했다. 언론이 타살의 흔적이 없는데도 ‘의혹’이라고 제기, 비극적인 자살을 흥밋거리로만 다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스포츠신문 선정성 경쟁 보도 눈쌀

심지어 해당 여성의 죽음에 대해 ‘의문사’라는 단어는 쓰는 언론도 있었다. OSEN은 <손호영 카니발, 여친 의문사 사건의 핵심단서 ‘공개’>에서 “사건 내용에 대해 강남서 측은 일체 함구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1주일여 전부터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진 손호영의 여친 A씨가 시체로 발견된 카니발 차량은 취재진에게 공개됐다”고 전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의문사는 ‘위법한 공권력의 직접·간접적인 행사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을 뜻한다.

▲ 스포츠동아 23일자 23면 기사.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단독’이란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 스포츠 동아 <[단독] 손호영 차량서 발견된 변사체 여성, 확인 결과 동거녀>, OBS <[단독] 손호영 여자친구, 부산서 장례 치른다>, 스포츠한국 <[단독] ‘12.24 Hoi & You’ 손호영의 故연인, 사진ㆍ휴대폰 그리움 물씬>, 중앙일보 <손호영 여자친구 ‘자살 결론’…연탄가스 중독>, 스타투데이 <[단독] 손호영 자살시도 현장 소방관 “연기 흡입·그을음 정도‥의식 있었다”> 등이다.

하지만 이 중에는 손호영과 죽은 여성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언론의 특종 욕심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 셈이다.

해당 여성의 신상과 관련한 오보도 발생했다. 스포츠동아는 “동아닷컴이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은 손호영과 최근까지 동거한 여성으로 밝혀졌다”고 전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 내용을 받았다. 해당 여성이 여배우라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도 나왔다. 스포츠서울닷컴 등은 “피해자가 신인급 배우라는 의견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일반인이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호영 응급차 취재진이 가로막아

손호영의 소속사인 CJ E&M은 “이번 사건의 상대는 손호영씨와 1년 여간 진지하게 교제한 사이로 연예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동거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 취재진에 막혀 응급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손호영 병상침대.

손호영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 언론에 중계됐다. 손호영이 장례식장을 찾은 22일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CJ E&M측은 “고인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고 유족들의 슬픔도 매우 크다. 양해 부탁한다”며 장례식장 출입을 모두 막았으나 취재진은 일명 ‘뻗치기’에 들어갔다. OBS는 “배우 손호영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여자친구 빈소를 찾은 가운데 취재진들이 관계자의 말을 듣기 위해 취재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손호영, 22일 사망한 여자친구 빈소 찾아 ‘애도’>(세계일보), <[포토]손호영, 충격 속 발인 참석현장>(MBN), <’故여친 밤샘조문’ 손호영, 발인까지 함께 한다 >(스타뉴스), <[포토] 손호영, 영정 사진 들고 ‘오열’>(서울경제), <손호영 여자친구, 절에 안치…세상과 마지막 작별>(OBS) 등 손호영에 대한 기사는 끊이지 않았다.

24일 손호영은 자살을 시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손호영을 후송한 응급차는 취재진에 막혀 잠시 이동하지 못했다. 언론들은 손호영의 상태를 기사를 통해 실시간 전했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손호영의 사진을 경쟁적으로 내보냈다. 언론들은 손호영이 자살을 시도하자 ‘악플’과 ‘증권가 찌라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호영 자살시도 보다 더 충격적인 ‘악플’>(MBN), <’손호영 자살 시도’ 네티즌 악플+찌라시 도를 넘었다 >(일간스포츠), <이럴수가… 손호영 관련 댓글 도 넘었다>(스포츠한국). 하지만 추측성 보도와 과열보도, 흥미 위주 기사를 쏟아낸 언론은 손호영의 비극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SNS에서도 “손호영 중환자실 앞에 뻗치기를 하고 있는 언론 빙자 스토커 영업소들에겐 천벌이 내렸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음”, “손호영의 자살시도. 악플과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오해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전 언론의 관심과 매 시간 보도라, 이번에 첨 들어본 이름인 이들도 많을텐데, 언론사 중요도의 기준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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