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동기 부여를 강조하는 <마음의 작동법> <드라이브>

한영욱
청주 수곡중학교 교사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는 온 세상이 호기심 덩어리이다. ‘이게 뭐야?’를 입에 달고 반짝이는 눈으로 스펀지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배움의 동기’를 타고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10여년이 흐른 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도통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즐겁지 않다. 이 친구들에게도 궁금함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학습에 흥미가 사라져 버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까?

두 권의 책 <마음의 작동법>(에코의 서재 刊)과 <드라이브>(청림출판 刊)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준다. <마음의 작동법>을 쓴 에드워드 L.데시는 외적 동기보다 스스로 결정한 자발적 선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자기결정성 이론’을 발표하여 보상과 처벌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뒤집은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이다.

이 책에서 그는 25년간 ‘내면동기’에 대해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다. 그 핵심은 바로 자율성이다. 외부에서 주입된 동기보다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창의성과 책임감, 건전한 행동을 낳았고 그 변화도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보상을 멈추면 동기도 멈춘다’라는 소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통제나 처벌뿐만 아니라 긍정적 행동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던 ‘보상’도 내면의 동기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더욱이 모든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격려와 칭찬 역시 또 하나의 통제기제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남자보다 여자, 착한 아이일수록 칭찬은 오히려 내면의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부모, 교사, 직장의 상사는 진지하게 질문하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자율적 동기를 부여할 조건을 만들 수 있는가?’ 간단히 정리하자면, ‘경쟁, 통제, 처벌’와 같은 보상의 기제 대신 ‘즐거움, 자신감, 선택권’을 부여하고, 한계를 설정하여 책임감을 높이며 목표 설정에 참여시키되 성과에 대한 압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

통제와 압박이 문제다

엘빈 토플러와 더불어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에 대하여 제시한다. 기존의 행동 과학자들은 인간에게는 ‘생물학적 욕구’와 ‘보상과 처벌에 관한 욕구’ 이렇게 두 개의 주된 욕구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저자는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는 일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있으며 이를 제3의 드라이브(동기 3.0)로 명명하였다. 이것이 바로 일과 학습의 원천이 되는 내재적 욕구이며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의 경우 적절한 보상이 동기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우며 자기주도적인 내면의 동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돈,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X형의 인간이 아닌 내적 동기가 충만한 모차르트나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I형의 인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자율성, 몰입과 숙련, 의미 있는 목적을 추구하도록 하면 ‘탐스 슈즈’ (소비자가 신발을 하나 사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회사가 신발 하나를 기부), ‘포스트 잍’과 같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낼 것이다.

이 두 편의 책을 읽으며 처음에 가졌던 의문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 피카소는 말한다. ‘모든 아이는 본래 화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나이를 먹어서도 화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 원래 모든 인간은 I형으로 태어난다. 다만 그가 성장하는 동안 주어진 보상과 처벌, 통제와 압박들로 인하여 창조적이고 활기 넘치는 내면의 동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학교에서 여러 갈등을 빚고 있는 ‘학생 상벌점제’, ‘교사 차등 성과급 지급’,‘학업 성취도 고사’와 같은 정책들은 모두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에 적합한 외적동기부여의 수단으로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할 청소년의 오늘을 어둡고 그늘지게 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교사와 정책 당국자들이 반드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지점이다.

다만 내적동기 부여를 강조하는 이러한 연구가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고 가치있는 일을 수행하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변신하여 생산성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사용되거나, 자녀의 성공을 위한 또 다른 관리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오히려 외적동기를 내면화하여 인간을 타인의 꿈에 가두어 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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