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으로 무방비 배출 제동, 2015년부터 적용현행법으로 규제 방법 있었다. 때늦은 발견 '탄식'

 

▲ 폐기물 매립장과 발암물질 대책을 요구하며 '오창환경지킴이'(대표 박성희)가 오창읍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사진제공=오창환경지킴이)

2015년 1월 1일부터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이 적용된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은 지난 13일 환경부와 긴급 정책 협의를 통해 디클로로메탄에 대한 회수설비 설치를 의무화 하고, 배출 허용기준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이달 24일에 공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시행규칙에는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디클로로메탄에 대해서 배출허용기준을 50ppm으로 규정하고, 굴뚝이 아닌 공정 및 설비 등에서 직접배출(비산배출)되는 DCM에 대해서는 회수설비 설치를 의무화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까지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청주?오창 주변의 주거지역에서 디클로로메탄의 농도측정을 하여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와 함께 청주,오창주변을 환경부의  배출저감 정책인 SMART프로그램 적용지역으로 선정해 사업장의 배출저감 노력을 유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오창산단에서 대량으로 배출된지  3년 6개월 만에야 규제장치가 마련 됐다. 그동안 디클로로메탄은 공장안에는 배출되면 안 되고 공장 밖으론 무한대로 배출이 허용된 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환경부는 디클로로메탄을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도 이에 대해 규제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았다.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만 작업장유해환경관리물질로 지정돼 관리를 받았다.

미국은 ‘환경보호청 통합 위해성 정보시스템(IRIS)’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했다. 이에 따르면 입으로 섭취했을 때 암을 유발하는 허용노출량은 0.06mg/kg, 물을 통해  섭취할 때 간세포선종·악성종양·간세포 암·종양을 유발하지 않는 허용 농도는 50㎍/L,  대기중에서 암을 유발하지 않는 허용 농도는 20㎍/㎥로 규정하고 배출기준을 설정해 관리해왔다.

일본은 환경후생성 고시로 배출기준을 설정해 적극적으로 관리해 왔고 지난해에는 500여개 사업장의 역학조사를 통해 담관암 집단 발병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3년6개월 만에... 그래도 다행이다.

디클로로메탄에 대한 배출기준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한 오창지역 주민들은 안도의 목소리를 전했다. ‘오창환경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 이 모씨는 “늦었지만 천만 다행이다. 불안한 마음에 창문도 열어 놓지 못하고 살았는데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중고컴퓨터 부품가게를 운영하는 이재영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창문을 열 때 마다 화학약품 냄새가 풍겼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동서 가게를 갔을 때 비슷한 냄새를 맡아 기겁을 했었다”면서 이번 조치로

“디클로로메탄 노이로제에서 벗어날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반면 청원군과 충청북도, 정치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주)셀가드코리아’가 디클로로메탄을 배출한지가 3년이 넘었고 언론에 공개된 지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런 조치가 세워진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오창환경지킴이 인터넷 카페에는 “작년 4월  보도 됐을 때 환경부에서 중소기업 화학물질 배출저감 기술지원사업의 확산을 추진하고 비산배출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한 시설관리기준(안)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2015년에야 디클로로메탄 배출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2015년 넘 늦다 당겨서 지금 바로 만들어달라는건데 계획된 현안을 무슨 이런식으로 광고하는지... 수질오염 총량제에 대한 찝찝한 해결도 군수랑 서로 앞다퉈 해결했다 보도하고... 그냥 조작된 세상에 속고 사는 기분이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주민들이 제기한 불만 처럼 정치권이 뒷짐을 지고 있었던 사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선 이번 문제가 법률 개정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점이다. 환경부는 장관이 시행세칙과 고시만 변경해도 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짐을 짓고 있었다. 특히 전국에서 배출되는 디클로로메탄의 80% 이상이 집중 배출되는 동안 충청북도와 청원군이 한 일이 별로 없었다. 환경부에 정책건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뿐이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와 정책협의를 통해 이번 대책을 끌어 낸 변재일 의원의 노고는 인정하지만 진작에 이런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실의 신동주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해서 “이번 문제는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알았지만 지금 확인해보니 현행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신 보좌관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디클로로메탄이 ‘유독물질’이나 ‘관찰물질’로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걸로 알았지만 법률을 자세히 보니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는 것은 현행 시행령 안에서도 ‘유독물질’이나 ‘관찰물질’로 규정 할 수 있는 조항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굳이 2015년 1월 1일에야 효력이 발생하는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고도 규제를 할 수 있는 빠른 길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정치권의 무관심이 빠른 길을 두고 먼 길만 돌아가게 한 대목이다.

“주민고소, 대화기피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라”
오창환경지킴이, 변재일의원과 민주당에 부탁

주부들로 구성된 오창환경지킴이(대표 박성희. 이하 환경지킴이)가 ‘특정정당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선에 발끈하고 나섰다. ‘환경지킴이’는 폐기물매립장의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하는 주부들과 주민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모임이지 특정정당을 반대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 절대 아니라는 것.

이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데에는 변재일 의원이 환경지킴이를 자꾸 특정정당과 연계시켜 단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변재일 의원과 가까운 단체의 한 관계자가 환경지킴이 소속 회원에게 “환경지킴이는 다음 선거에서 모 정당의 공천을 받고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년 가까이 집회나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현역 군수나 현역 국회의원을 비판한 사실이 있지만 악취와 발암물질로 고통 받는 입장에서 그 정도 표현도 못하냐”며 이런 것을 “특정정당으로 연결 시켜 단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재일 의원과 청원군수가 색안경을 끼고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아 지금까지 대화도 하지 못하고 군이 주민을 고소하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변재일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 정당 소속의 군의원이 환경지킴이의 변호사 경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환경지킴이가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관계자가 발언자로 지목한  오창읍의 모 공무원은 “절대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또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된 주민에 대해 검찰은 각하처분을 한 적이 있어 변호사 경비가 절대로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 국장은 “공무원이 주민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일수록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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