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고추·산막이옛길·대학 찰옥수수···나름 빛과 그림자 공존
벽초 생가는 홍범식 고택, 산막이옛길은 ‘상전벽해’ 생각 나

▲ 벽초 생가
괴산군에는 몇 가지 명물이 있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와 대표적인 농산물인 고추, 연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관광지 산막이옛길, 그리고 옥수수의 품위를 높인 대학찰옥수수 등이다. 다만 이 명물은 빛만 있는 게 아니고 아쉽게 그림자도 있다. 괴산군 서부리 125번지 괴산군청 주변 도로 이름은 ‘임꺽정로’이다. 인근 동부리에는 벽초의 생가가 있다. 벽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걸출한 문인으로 한국근대문학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대하소설 ‘임꺽정’을 썼다. 그리고 식민지시대 대표적인 민족운동단체인 신간회 창립을 주도하고, 괴산만세운동을 펼친 항일독립운동가였다.

괴산군은 지난 2002~2008년 군비와 도비 20억원을 들여 벽초 생가를 보수·정비했다. 이 곳을 방문하는 문인들도 많고, 해마다 괴산과 청주에서는 ‘홍명희문학제’가 열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보훈단체들이 반대해 ‘홍명희 생가’가 아닌 ‘홍범식 고택’표지판이 붙었다. 벽초가 월북해 북한 부수상을 지냈다는 이력 때문이다. 홍범식은 1910년 8월 경술국치에 비분강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순국열사. 아, 언제쯤 ‘홍명희 생가’라는 표지판을 당당히 볼 수 있을까.

▲ 청결고추 홍보캐릭터
청결고추는 괴산의 대표 농산물이다. 괴산군은 임꺽정 캐릭터와 고추를 상징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괴산군은 “괴산은 해발 250m의 산간 고랭지로 주야간 일교차가 클뿐 아니라 청정지역으로 천혜의 조건와 산자수려함으로 고추색이 선명하고 산뜻하다. 그리고 특유의 맛과 향이 난다. 청결고추는 대학 찰옥수수와 함께 괴산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표 작물”이라며 “고추는 전국 어디서나 생산되지만 괴산 토양은 보수력이 높아 최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고추는 김장철에 절임배추와 함께 ‘없어서 못파는’ 효자 상품이고, 해매다 9월초순에는 ‘괴산고추축제’가 열린다. 괴산군의 한 관계자는 “괴산 농부들은 봄에 옥수수, 여름에 고추, 가을에 절임배추를 팔아 돈을 번다. 농촌 중 현금이 많이 도는 부촌에 속한다”고 말했다.

돈벌이보다 자연보존 우선돼야
또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괴산호를 끼고 산막이 마을까지 조성된 4km 구간. 이 곳에는 지난 1957년 우리나라 순수기술로 완공된 괴산댐이 있다. 예로부터 댐 주변 호수와 훼손되지 않은 자연으로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다. 괴산군은 이 곳에 산막이옛길을 조성해 제주 올레길 이후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길을 따라 2~3시간 등산을 하거나 배를 타고 주변 경관을 즐긴다. 옛길을 걷는 동안 노루샘·연화담·호랑이굴·다래숲동굴·신령참나무·마흔고개 등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 산막이옛길
이 곳은 평일에도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몰려온다. 옛길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과 식당, 화장실 등이 들어섰고 여러 개의 토산품점도 생겼다. 그리고 옛길 구간은 나무데크가 설치됐다. 때문에 부작용도 많다. 지나치게 현대화·상업화 돼가고 있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산막이 마을은 ‘상전벽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많이 변했다. 편의시설이 과해 딴 동네가 됐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돈벌이보다 개발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

대학 찰옥수수는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가 개발한 것이다. 최 교수는 괴산군 장연면 출신으로 농가소득을 위해 옥수수를 개발했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뒀다. 괴산 장연면 정보화마을은 “일반 옥수수보다 통이 가늘고 당도가 높다. 또 껍질이 얇아 치아 사이에 끼지 않고 담백하며 쫄깃쫄깃해 맛있다. 괴산군에서는 타 품종과 달리 특별관리를 해서 현재까지 고유의 맛과 찰성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괴산군 관계자는 “찰옥수수는 괴산 농가소득에 큰 역할을 하고 전체 생산량의 60~70%를 괴산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 찰옥수수
대학 찰옥수수는 전남 무주군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최 교수가 처가가 있는 무주군에도 주면서 이 곳에서도 생산된다는 것. 이 때문에 괴산군에서는 내심 속상해 한다. 한 때 괴산군에서는 대학 찰옥수수 생산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른지역에서 나는 찰옥수수 종자를 모두 사들이려 했으나 뜻대로 안됐다는 후문이다. 괴산군 관계자는 “대학 찰옥수수가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데 괴산에서 생산된 게 가장 맛있다. 기후가 맞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 찰옥수수 막걸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동문들이 만든 ‘미루마을’ 눈에 띄네
자연과 공존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57가구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괴산군에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미루마을이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미루마을은 인하대 동문과 괴산출신 출향인들이 5만제곱미터 부지에 만든 것으로 총 57가구가 살고 있다. 이름은 마을 앞 미루나무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촌장은 원영무 전 인하대 총장이고 이장은 김경수 씨. 이들은 지난 2006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좋고 물좋은 곳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고. 그러던 중 괴산군의 청정 이미지에 반하고, 임각수 군수로부터 적극 협조 약속을 받아내 정착하게 된 것이다. 괴산군은 지난 2009~2011년 커뮤니티센터·도로·상수도·하수처리시설 등 마을기반 및 공공시설에 23억여원을 투자했다. 또 이 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 전원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돼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지원 받았다. 이 곳은 앞으로 달천강이 흐르고, 뒤로는 오동산과 국사봉이 솟아 있는 배산임수 지형을 자랑한다.

김경수 이장은 “인하대 동문들이 2/3, 출향인사가 1/3이다.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한 고효율 에너지형 주택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주변의 산막이옛길과 공존해 에너지자립을 이루며 사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우리 마을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어 인근 주민 자녀들을 교육하고 문화를 나눌 계획도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생각하고 있다. 1485제곱미터에 달하는 넓은 커뮤니티공간이 있어 숙박·강의가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세미나도 많이 열 것”이라고 말했다.

▲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미루마을 전경
주민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있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자녀도 30여명 된다. 은퇴자 마을은 아니다. 길가에서는 숲 때문에 보이지 않으나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유럽식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집 모양과 붉은 색 기와지붕은 어느 집이나 똑같으나, 사이사이 칠한 색은 조금씩 다르다. 담은 없다. 푸른 나무, 형형색색의 꽃과 조화를 이룬 마을은 유럽의 어느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마당도 널찍해 잔디를 심고 벤치를 놓은 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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