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살림·한살림·icoop생협·풀무원·자연농업생활학교 등 관련 단체·기업 소재
깨끗한 물 자랑 청정지역에 인력풍부···“유기농짓고 싶다” 귀농인구도 많아

괴산군은 청정지역이다. 예로부터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산을 자랑했다. 화양·선유·쌍곡·갈은구곡이 있고, 백화산·조령산 등 35개의 명산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흙살림·한살림·icoop생협·풀무원·자연농업생활학교 등 어느 지역보다 많은 유기농·자연농관련 단체와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괴산군은 지난 2012년 유기농업군을 선포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괴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열린다. 유기농업군 괴산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취재했다.

▲ 괴산군의 유기농 역사는 흙살림 역사와 같이 한다. 그 만큼 흙살림이 미친 영향이 크다. 당시 유기농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흙살림 설립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사진은 흙살림 농장.

세계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이 대세다. 전국적으로 유기농업을 일으키고 있는데는 전북 진안군이고, 충북내에서는 괴산군이다. 진안군은 송영선 군수가 유기농밸리 100개를 조성한다는 ‘유기농밸리 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내에서는 임각수 괴산군수가 유기농산업의 메카 역할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참고로 유기농산물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다. 무농약은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1/3 이하를 사용한 것을 말한다. 이런 것을 통틀어 친환경농산물이라고 부른다. 저농약도 있는데 2015년부터 친환경인증제에서 제외된다.

괴산군은 한강·금강·낙동강의 발원지이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흙살림·한살림·icoop생협·풀무원·자연농업생활학교라는 국내 대표적인 유기농·자연농관련 단체와 기업이 태동했거나 둥지를 틀었다. 때문에 유기농을 배우고자 귀농하는 인구가 많다. 이는 괴산군에 상당한 자산이다. 흙을 살린다는 기치아래 창립된 흙살림은 괴산군 불정면 앵천리에 본부가 있고, 얼마전 청원군 오창읍 각리에 오창센터를 열었다. 흙살림은 유기농 자재를 국산화하고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흙살림 생활꾸러미’를 만들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연구개발·유통·경영컨설팅·친환경인증·생활협동조합 운영·월간 ‘흙살림 신문’ 발간 등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한살림은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정신으로 농사짓는 생산자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이다. 지난 1986년 강원도 원주에서 박재일 전 회장이 농민들과 함께 수확한 무농약 쌀과 잡곡, 참기름, 유정란을 서울 제기동 쌀가게 ‘한살림농산’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게 처음. 이후 우리밀살리기운동을 펼쳐 우리밀 생산과 소비를 늘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괴산군에 한살림 생산농가가 많아 충남 아산시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교육·연구·생산·유통 각 분야 다 있어
자연농업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자연농업생활학교는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에 있다. 폐교된 백봉초 운곡분교를 학교로 꾸며 수많은 학생들을 길러냈다. 자연농업연구가인 조한규 소장은 1995년에 괴산에 자연농업생활학교를 개설하고 부설농장을 아산에서 이전했다. 연구원 측은 자연농업에 대해 “제초제 및 화학농약 대신 각 지역의 토착미생물과 자연의 농축부산물을 활용, 농가가 직접 만든 영농자재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우 차장은 “그동안 국내외에 배출한 교육생이 6000~7000명 정도 된다. 4박5일 일정의 기본연찬과 3박4일 일정의 전문연찬이 있다”고 말했다.

또 괴산군 청천면 평단리에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설립자가 지은 기독교 공동체마을 ‘평화원’이 있다. 이 곳에서는 원 원장 부부를 포함해 15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하지만 지난 1월 원 원장이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곳 부지가 딸에게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현재 공동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으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원 원장은 공동체를 설립하고 후세에도 이어지기를 바랐으나 소유권이 자녀에게 넘어가 평화원의 앞 날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원 원장은 괴산군에 23만1천여제곱미터짜리 풀무원 유기농장을 마련해 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 풀무원식품의 모태인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괴산면 칠성면 일대에는 icoop생협 ‘괴산 자연드림파크’가 조성된다. icoop생협은 소비자들이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조합원들에게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단체다. 전체부지 600여만 제곱미터에 친환경 유기식품클러스터 단지와 생태마을, 과수단지, 목장, 학교, 병원, 공공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기식품클러스터 단지에는 건강기능식품·쌀가공품·빵·두부·콩나물·우리밀과자·육가공품·물류센터 등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입로 확보를 놓고 일이 잘 안풀려 완공시점이 2015년 말로 훨씬 늦어지게 됐다.

인터뷰/ 이태근 흙살림 회장
"우리나라 전통농업은 유기농업"

▲ 이태근 회장
“본래 우리나라 전통농업은 유기농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정부가 소득증대를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싼값으로 보급하면서 기독교운동하던 사람들이 ‘정농회’를 조직해 다시 유기농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했다. 그 때가 70년대 말이었다. 괴산군에서는 소수면 눈비산마을에서 조희부·이재화 선생이 유정란을 생산하고 농민교육을 했다. 91년 우리나라에 맞는 미생물을 개발하자는 생각에서 몇 몇이 ‘괴산미생물연구회’를 조직했고 이를 토대로 94년 ‘흙살림연구소’를 만들었다.”

이태근 흙살림 회장의 말이다. 괴산 유기농의 역사는 흙살림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흙살림은 지난 2011년 ‘흙살림 20년·유기농 20년’이라는 발자취를 펴냈다. 당시 흙살림연구소 설립준비위원으로 남무현 불정농협 조합장, 농민 조희부·성기남 씨 등이 들어갔다. 이 준비위원들이 현재 유기농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거목으로 성장한 것. 흙살림연구소 한 쪽에는 유기농을 한다면 반정부인사로 찍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농민교육을 위해 펴낸 크고 작은 소식지들이 놓여 있었다. 왜 유기농을 해야 하는가, 흙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토종보존운동이 왜 필요한가 등의 글을 보며 여러 농민들의 노력 끝에 괴산이 유기농업군이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조희부 선생을 따라 괴산으로 들어온지 올해로 30년 됐다. 그는 “괴산군은 청정지역인데다 유기농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력들이 있고, 콩을 중심으로 윤작을 많이 하는 지역이라 토양이 좋다.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이제 괴산군에 많은 인프라가 깔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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