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1000만원 시대… ‘나만의 집’ 관심 높아져
‘건강한 삶’‘저렴한 건축비’‘친환경에너지’…1거(擧)3득(得)

현대인에게 가장 친숙한 주거형태는 아파트다. 헌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작은 아파트에서 큰 아파트로 아파트만 전전하는 도시생활인을 빗대어 ‘도시 유목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주거형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는 이제 60년도 되지 않았다.

기록을 찾아보니 1958년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에 건설된 종암아파트가 국내 최초 아파트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라도 내집에 대해 마당이 있고 지붕이 있는 단독주택을 떠올리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의 주거방식에 대한 본능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보편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2003년, 청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3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만에 평균 분양가는 800만원을 넘어섰다. 분양가 1000만원 시대도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아파트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도심 한복판 아파트를 팔아 땅값이 저렴한 외곽에 집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집짓기 바람은 서점가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건축 코너 절반이 집짓기에 대한 책이다.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나의 집은 어떤 집이고, 어떤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 박정규·강혜숙 부부가 2년 전 완성한 청원군 남일면 가중리 농촌주택. 부부는 2년여의 노력 끝에 판축공법으로 만든 그들만의 집에서 노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듀플렉스’ ‘코하우징’

최근 집짓기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실속형이고 다른 하나는 친환경이다. 실속형 집짓기에 대표주자는 일명 땅콩집으로 불리는 듀플렉스 하우스(duplex house)와 코하우징(co-housing)이다.

건축가 이현욱 씨가 친구 가족과 함께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쓴 ‘두남자의 집짓기(2011년)’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땅콩집도 관심을 모았다. 듀플렉스 하우스는 땅콩 껍질 속에 두개의 땅콩이 있듯이 한 필지에 두 가구의 건물을 붙여 지은 집을 말한다. 집은 별개의 공간이지만 마당은 두 가구가 공유하는 형태다.

▲ 건축가 이현욱 씨가 살고 있는 국내 최초의 땅콩집이다. 집은 별개의 공간이지만 마당은 공유하는 형태로 저렴한 비용해 마당있는 집을 마련한다는 점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이현욱 씨가 도입해 브랜드화한 땅콩집은 친환경 목재를 사용한다. 조립식 판넬과 같은 방식으로 목재를 가공해 건축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30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대안주거형태로 자리 잡은 코하우징은 땅콩집이 확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연립주택이나 마을을 조성해 입주자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공용공간에선 공동체생활을 하는 협동주거형태다. 현재 전국적으로 5곳 정도가 코하우징을 이루고 있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주거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듀플렉스와 코하우징은 모두 지역 내 사례는 없다. 두 주거형태 모두 비싼 도시의 땅값에 의해 발생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도내의 경우 굳이 마당을 공유하거나 생활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듀플렉스 하우스는 대지를 공동소유하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를 할 경우 동의를 얻어야하고, 듀플렉스 하우스와 코하우징 모두 매매가 어렵다는 점과 사생활 침해에 노출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집짓기의 트랜드인 친환경 건축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건축소재를 사용해 집을 짓고, 건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두고 생태건축이라고 표현한다. 생태건축자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흙, 나무, 돌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소재들이 건축자재로 쓰인다.

박정규 씨네 판축(담틀)방식 흙집

청원군 남일면 가중리에 위치한 박정규·강혜숙 부부의 집은 판축(담틀)공법으로 지은 집이다. 판축공법이란 거푸집처럼 흙이 다져질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 흙을 다져 넣는 방식으로 흙이 어느 정도 굳어지면 한 층씩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판축공법은 콘크리트 공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황토와 마사토, 굵은 모래, 해초 등 다양한 친환경 재료를 섞어 만든다. 판축공법은 흙벽이 두꺼워 뛰어난 단열효과를 담보한다. 태양열을 흙벽에 모아두는 축열기능 또한 우수하다.

박정규 씨 부부는 이미 1995년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 한옥을 짓고 7년간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전통방식과 서양식을 혼합한 형태의 집을 지었다. 강혜숙 씨는 “도시인들이 귀농해 짓는 전원주택이 아닌 농촌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집은 100㎡가 채 되지 않는다. 흙벽의 두께가 60㎝인 것을 감안하면 실내면적은 더욱 좁다. 강 씨는 “농촌주택은 작아야한다. 땅값이 비싸지 않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집을 크게 지은 사람들 대부분이 살면서 후회하고, 다시 도시로 나간다. 우리 또한 그랬다. 10여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작게 집을 지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전통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한옥에서 생활하다보니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부엌이나 화장실 등 현대화가 필요한 부분들은 전통방식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씨네 스트로베일 하우스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에 위치한 이창희 씨 집은 볏짚으로 지은 집이다. 스트로(Straw)는 볏짚이란 뜻이고 베일(bale)은 덩어리란 뜻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볏짚을 압축한 육면체를 쌓아 벽을 만들고 그 위를 수차례 황토를 바르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해 만든다.

▲ 스토로베일은 압축한 육면체 볏짚을 이용해 벽을 세우는 공법이다. 건축비도 적게 들고, 통기성과 단열성 등에서 벽돌집이나, 콘크리트집보다 우수성을 보여 각광을 받고 있다.


이창희 씨는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대부분 자연소재로 짓는다. 해마다 추수를 하면 볏짚은 나오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 또 볏짚 뭉치를 쌓기 때문에 단열과 보온성이 좋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통기성도 좋아 냄새도 자연스럽게 배출돼 집안 공기가 늘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집안에서 청국장을 끓여도 냄새가 오래 남지 않을 정도다.

이창희 씨의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실내 인테리어까지 포함해 3.3m당 300만원 안쪽의 건축비가 들었다. 기능성도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는 생태건축방식 가운데 하나다.

반면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볏짚으로 지었다고 하니 화재에 취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화재에도 강하다. 미국의 소방안전테스트 결과 스트로베일 벽을 1012℃의 열로 2시간 이상 가열했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

누구나 지을 수 있는 흙부대집

이 밖에도 흙집을 짓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황토로 벽돌을 만들어 쌓는 황토벽돌집, 볏짚과 흙 반죽을 섞어 만드는 짚버무리집,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쌓아 올리고 나무 틈새는 진흙으로 메우는 귀틀집 등이 있다.

▲ 음성군 석인리에 위치한 흙부대집. 그림처럼 부대에 흙을 넣어 차곡차곡 쌓아 벽을 만든다.


음성군 석인리에는 또 다른 흙집 방식인 흙부대집이 있다. 흙부대집은 말 그대로 흙을 일정한 크기의 부대에 담아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전통 담틀공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해 곡선구현이 가능하도록 한 공법이다. 군사용 참호나 홍수 방제용으로 사용돼온 공법을 집짓는데 적용한 것으로 석인리에 위치한 흙부대집은 착공 4개월 만에 개성만점의 집이 만들어졌다.

흙부대를 쌓아올렸다고 해서 안전성을 의심받기도 하지만 테스트 결과 국제 건축 기준보다 2배 이상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고, 흙부대 자체만으로도 2층 구조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철조망과 철근쐐기, 미장이 결합돼 놀라울 만큼 구조적으로 견고해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흙부대를 이용한 2층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흙부대집의 장점은 다른 흙집과 마찬가지로 재료를 구하기 쉽고, 통기성과 방음효과가 뛰어나며, 단열효과도 좋다. 다만 방수에는 약점을 드러내 주택 침수로 인해 마감한 흙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잦은 침수지역에서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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