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이어가는 석공 정해영씨

석공 정해영(56)씨가 청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둔치에서 정과 망치를 이용해 정성스레 돌에 글씨를 새기고 있다. 나무를 기증한 사람의 약력과 이름을 새기고 있는데 글자 한 자 작업하는 시간은 대략 10여분이 걸린다고 한다. 알맞은 크기와 깊이로 판 글자 홈에 붓을 이용해 검정색 페인트칠을 하는 것으로 작업은 끝이 난다.

정씨의 직업은 석공이다. 석공은 거대한 돌덩어리를 깎고 깎아 부처상, 조형물 등을 만들고 그 돌에 글자를 새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충남 보령 출신이다. 석공인들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가장 귀한 돌인 오석과 애석의 매장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 이 곳에는 이같이 귀한 돌을 다루는 석공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도 이모부님의 뒤를 이어 어릴 때부터 돌 다루는 일을 배우면서 30년째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작업한 돌은 셀 수 없이 많으나 대표적인 작품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사직동 분수대, 3.1공원, 대성사, 용화사 등을 꼽았다. 모두 정과 망치로 조각을 만들었고 비석에 분줄로 금을 그은 다음, 글자를 새겨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충북의 석공은 30명 정도, 모두들 돌 깍고 다듬는 일에 평생을 바쳐온 사람들이다. 1970년대는 한 때 70~80명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대부분 떠나고 몇몇만이 남아 어렵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석공들은 서예가 못지않은 솜씨로 글씨를 새겨나간다. 오랫동안 정을 잡은 손은 굳은살이 박혀있지만 직접 손으로 글씨를 새긴다는 자부심에 직업정신이 남다르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들어온 돌과 기계로 글자를 새기는 바람에 일거리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일을 배우는 사람이 없어 기술을 물려줄 사람도 없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끊임없이 돌을 깎아 내고 있는 늙은 석공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 귀한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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