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씨, 청주 새별초 일방적 강행에 ‘산남동 투사’ 변신
재판결과에 불복해 손현준 학부모회장과 항소장 쓰며 투쟁

“학교에서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한다며 설문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어요. 마침 모 TV프로를 통해 인조잔디 유해성에 대해서 알고 있던 터라 반대를 했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포크레인으로 운동장을 파고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기가 막혀서···”

샛별초교에 다니는 김민규 군 어머니 박은경씨는 샛별초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해 인조잔디운동장을 만들기 전까지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평범한 엄마였다.  

샛별초 인조잔디 싸움은 그를 청주 산남동의 투사로 만들었다. 기자회견 있는 자리면 언제든 자리를 지켰고, 심지언 샛별초 학부모 회장 겸 운영위원 손현준 충북대 의대교수와 함께 샛별초 재판에 불복해 항소장까지 쓰기도 했다.

학교측의 인조잔디 찬성 73%의 진실여부를 알고자 지난 2010년 12월 말, 샛별초 학부모 모임과 두꺼비생태 마을 아파트협의회에서 교과부 지침에 의거해 공정하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이상 학부모들이 인조잔디운동장에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도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차라리 애들 밥값에 투자했으면”

“어른들의 문제였다면 발 벗고 나서지도 않았을 거예요. 아이들 문제이기 때문에 나선 거지요. 아이들의 문제를 가지고 장난질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샛별초 인조잔디 투쟁에 나선 것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였다.
“아이들 밥값(무상급식)을 해결하는 것 가지고 충북도교육청과 충북도가 싸우는 것을 보면서 학교 인조잔디운동장에 수 억 원 들여 조성하고 수명이 다한 인조잔디를 6~7년에 다시 수 억 원 들여 갈아엎으며 쏟는 예산만 막아도 해결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의 말이 허허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충북도교육청이 인조잔디에 들인 예산이 청주 16개 학교에 조성된 인조잔디운동장 예산만 봐도 100억에 가깝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광희 의원으로부터 받은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현황을 보면 2010년까지만 놓고 봐도 청주만이 아닌 충북 도내에서 52개교가 조성되어 있고 이후 조성되거나 공사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그 금액은 몇 백억 더 뛰게 된다.

물론 교과부와 체육공단에서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서 자체 예산으로 붓는 액수도 만만치 않다.   

가까이는 지난해 12월 보수공사를 마친 한벌초의 경우 체육공단에서 4억 6천만원을 지원하고 시도교육청에서 4억 4천여만원을 자체 부담했다. 올해 공사예정인 금천초의 경우도 7억 3천 4백만원의 예산가운데 체육공단이 지원하는 3억 5천만을 제외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나머지 예산을 부담하고 있었다.

도내 50개 넘는 학교에 인조잔디가 조성되어 있고 6~7년에 한번씩 인조잔디를 보수하는데 수억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한해 수십억이 인조잔디에 투입되는 꼴이다.

운동화 신고 축구만 하는 운동장

샛별초 인조잔디 싸움에 가장 선봉장에 섰던 손승우 군 아버지 손현준 교수는 “인조잔디 위에서 자전거도 탈 수 없고, 롤러 보드 등 운동장비를 사용 할 수 없으며, 줄을 그을 수도 없고 비석치기 할 수 없으며 축구화도 신을 수 없고 오로지 일반 운동화를 신고 축구만 할 수 있다”며 인조잔디의 사용 목적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 놓았다.

흙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에 비해 인조잔디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람을 위해 인조잔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미관상 보기 좋은 인조잔디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당연히 학교운동장이 바뀌면 수업 과정과 놀이 내용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가 바뀌면 소프트웨어도 바뀐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학교운동장 개선사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일선 교육계의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손 교수는 “비록 샛별초 인조잔디 저지 운동은 학교측의 무리한 강행으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선거에서 선출된 몇 사람을 떠받는 문화에서 주민의 힘이 있구나라는 것을 우리가 한번 보여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주민들도 이런 일이 있을 때 그냥 눈 감지 않고 저항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자평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성과는 샛별초 인조잔디와 관련해서 소송 기간 중에는 인조잔디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정에는 여러 학교에서 몇 개를 기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들었다”면서 “이후 소송이 끝나니까 인조잔디가 일부 학교에서 다시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샛별초 소송이후 약 2년 여간 충북 도내에서는 인조잔디가 조성되지 않다가 올해 들어 인조잔디가 다시 조성되고 있었다.

인조잔디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학교 숲, 마사토 운동장 등 고민 하면 얼마든지 방법 있다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하려 하고자 하는 이들은 “한참 뛰어 노는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제공해야 하고 운동장 조성비용의 상승과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인조잔디운동장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도 “인조잔디는 대게 운동장이 질어서 활용하기 불편한 일반 운동장의 문제를 많이 해결 해 주고 있다”면서도 “천연잔디는 농약을 안 칠 수도 없고 배수가 안 되는 등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인조잔디가 천연잔디에 비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생들 중에 배수관계든지 인조잔디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초장기에는  폐타이어 성분으로 인조잔디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한다. 비온 뒤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 방법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말 인조잔디만이 최고의 운동장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NO'라고 단언한다. 이광희 의원은 "여중에 왜 연병장(운동장)이 필요한가. 나는 학교에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수대도 만들고 연못도 만들고 장미터널도 만들고 각종 풀과 나무들이 우거지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인조잔디를 6~7년에 한번씩 갈아엎는 비용을 이곳에 투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또 이 의원은 "굳이 운동장을 만든다면 마사토를 깔 것으로 하되 물 빠짐 현상이 잘 돼야 할 것"이라고 권유한다.

또다른 방법으로 이 의원은 "일단 우레탄 트랙으로 돌리고 바깥은 천연잔디로 까는 것도 좋은 방법 일 것 같다"며 "학교운동장이 아닌 학교 숲을 만들고자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샛별초에 자녀를 두고 있는 손현준 교수와 박은경 씨도 이 의원과 비슷한 입장이다. “흙이 제일 좋다. 그냥 땅이 있는 운동장이 좋다. 질퍽질퍽한 것에 문제가 있다면 마사토로 물이 잘 빠지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잘 활용할 수 있게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조잔디 다시 까는 그 돈으로 나무심기나 작은 화단 조성하면 좋겠다. 고민을 하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청의 관점과 교육청의 아닌 곳에서의 관점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마사토를 했을 때는 체육공단에서 지원을 안 해 준다는 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이 계속 기자의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 샛별초 학부모들의 말마따나 고민을 하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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