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정인 청주시와 청원군 오창읍은 발암 물질 만큼은 이미 공유하고 있었다. 청주기상대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와 청원지역엔 계절별로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 겨울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서풍이 분다. 봄·가을에는 이동성 고기업의 영향으로 서풍이 불고 여름에는 태평양에 발달된 기압골의 영향으로 북풍이 분다.

오창산단에서 배출되는 연간 2600여톤의 발암물질과 청주산단에서 배출되는 300여톤의 발암물질은 계절풍을 타고 청주와 오창읍 구석구석으로 이동한다. 청주공단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은 서풍이 부는 봄·가을에는 복대동, 가경동 지역으로 이동하고 여름에는 북쪽에 있는 오창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반대로 오창산단에서 배출된 발암물질은 북서풍이 부는 겨울에 청주의 도심을 향한다.

그러나 발암물질은 계절풍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다. 산이나 아파트 같은 고층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국지적으로 풍향이 달라진다고 기상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단지역에 위치한 청주기상대 특성상 바람의 방향에 따라 전해오는 냄새가 다르고 시간대별로도 냄새의 종류가 다르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오염원이 전파되는 거리를 어느정도로 추산할까? 이에 대해 화학물질 전문가인 김신범 원진녹색병원 노동건강환경연구실장은 “바람에 의한 화학물질의 이동거리는 보통 4∼5km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발암물질의 오염점인 청주산단과 오창산단으로부터 반경 4∼5km 이내 지역은 발암물질의 간접영향권내로 볼 수 있다고 김 실장은 분석했다.

 

반경 4~5km 이내 간접영향권
전국 발암물질의 30% 이상을 배출하는 청원군이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해당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해 오창 지역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오창환경지킴이(대표 박성희, 이하 환경지킴이)’에 따르면 청원군이 글자의 배열과 크기, 색상을 이유로 군 현수막지정 게시대에 게재를 요청한 것을 불허했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은 소영호 청원군 건축과계장과 환경지킴이 관계자간의 전화통화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화에서 소 계장은 환경지킴이가 제작한 현수막의 글자크기를 계속해서 문제 삼았다. ‘발암(가능,우려)물질’이라는 문구 중에서 ‘(가능,우려)’라는 문구가 ‘발암’이라는 문구의 글자크기보다 작다며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소 계장은 계속해서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글자의 색상까지 문제 삼았다. 소 계장은 특정문구를 붉은색으로 강조해 특정사실이 강조되고 있으니 환경부에 나와 있는 그대로 작성해야 한다고 환경지킴이 관계자에게 요구한다.

환경지킴이 관계자는 “룸살롱 현수막은 걸려도 쓰레기 매립장이나 환경문제와 관련된 현수막은 무조건 거부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시대가 어느 때인데 현수막을 검열하는 행동을 할 수 있냐”며 “군사독재 정권시절로 회귀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성기 청원군 건축디자인과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옥외광고물설치등에 관한 법률’에는 △ 잔인한 표현 △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실체와 다른 허위의 내용에 대해서는 군이 게재를 거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과장은 환경지킴이의 현수막 내용이 어떤 금지조항에 해당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오창의 환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암물질’이라는 표현에 일부 주민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문구를 조정하는 행정지도를 한 것이라고 안 과장은 주장했다. 사전 검열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관련  검열 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된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또 관련 법률에는 “붉은 색이 50%를 넘는 현수막도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글자 색상이나 글자체에서도 다 검열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근거로 ‘옥외광고물 관리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들었지만 이 법률을 살펴본 결과 안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청원군은 정당법상 보호를 받는 정당의 현수막도 무단해서 철거했다. “쓰레기 매립장 은폐 행정 주민참여 보장하라”는 문구가 담긴 통합진보당의 현수막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이에 항의했고 청원군은  현수막을 다시 게재하는 헤프닝까지 발생했다.

청원군은 ‘더블유스코프코리아(주)’에서 2100여톤의 발암물질을 배출한 사실이 공개된지 3주가 지나도록 해당 회사에 방문조사 조차 없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청원군은 높은 산과 고층 아파트로 불어오는 바람은 막지 못했지만 ‘발암물질 현수막’ 만큼은 철저히 막았다.

(주)GD 사고 현장 인근 은행나무 11그루 괴사
‘불산유출은 잊혀지지만 은행나무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1월 발생한 ‘(주)GD’의 불산 유출사고. 이 사고는 비닐봉지로 불산 유출액을 수습한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더불어 ‘발을 헛디뎌 사고를 일으켰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더불어 이 사고는 충청북도와 관계기관이 전에 발생한 유출사고에 대한 은폐 사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산유출사고 은폐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12일 불산유출 현장을 다시 찾았다. 수년간 한 여름에 잎 고사현상을 반복했던 은행나무는 풍성한 자태로 은행잎을 틔우고 있었다. 하지만 집중해서 소나무과 수목이 고사했던 그 현장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사한 나무들은 여전히 붉은색의 잎을 띄며 그 자리에 있었고 담쟁이 과의 다년생 식물도 새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리고 5그루의 은행나무는 가지만 앙상한 채로 존재했다. 무성하게 은행잎을 틔운 인근의 은행나무와는 확연히 대비됐다. 고사한 은행나무 사이로 6그루의 은행나무는 파헤쳐진 흔적만 남긴 채 온데 간데 없었다.

반면 이곳의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청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일반 시민이 가로수를 죽게 했을 경우 15만원에서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청주시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불산유출 사고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잊혀지지만 은행나무는 온 몸으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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