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예산 전액 삭감… 도교육청 안일한 행정 ‘도마 위’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공립 단설유치원인 가칭 ‘충주 예성유치원’ 설립에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예성유치원 예산 삭감 배경에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한 삼원단설유치원 위치를 변경하면서 도의회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져 도교육청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최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도교육청이 상정한 충주예성유치원 설립계획안 상정을 보류해 예산이 자동 삭감됐다.

▲ 지난해 충주예성단설유치원 설립이 무산되자 충주지역 학부모 등이 크게 반발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1차 추경에 시설비 32억 4700만 원과 토지매입비 22억 원 등 55억 원을 책정했지만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전액 삭감된 것이다.

교육위원회가 예성유치원 설립에 제동을 건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예성유치원 시설비와 부지매입비 51억 원을 상정했지만 교육위는 “예성유치원 건립 예정지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지역 학부모와 교육계는 이 같은 교육위의 입장이 궁색한 변명일 뿐, 정치논리가 개입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교육위의 결정이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반대를 의식한 정치적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삼원단설유치원 부지 문제 빌미

때문에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관련예산이 삭감된 것인지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예성유치원 예산 전액 삭감 배경에는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한 삼원단설유치원 위치를 변경하면서 도의회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도의회는 지난해 2014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삼원초 병설유치원과 남한강초 병설유치원을 통합한 삼원유치원 설립을 위해 도교육청이 요청한 29억 원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삼원초등학교 일부 동문들이 학교 내 단설유치원 설립을 반대하면서 공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도교육청 계획이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학교 내 단설유치원 설립이 어렵다고 보고 인근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1차 추경에 부지매입비와 용역비 명목으로 1억 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사전에 어떤 협의나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도교육청이 의회와 상의도 없이 공유재산인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의회 경시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광희 도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도교육청은 1차 추경에 느닷없이 삼원단설유치원 설립을 위해서는 다른 부지를 매입해 옮겨야 한다며 예산을 올렸다”며 “이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할 것이라면 의견수렴과 구성원 동의라는 절차는 왜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학교 설립과 부지매입 등을 위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의 심의와 의결권은 도의회에 있다”고 밝혔다.

김동환 도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도의회는 지난해 삼원단설유치원을 삼원초교에 설립한다는 계획아래 예산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그러나 도교육청이 삼원유치원을 다른 곳에 설립한다면서 도의회와 어떤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예산을 올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직 예성단설유치원 설립이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감과 도의장이 협의해서 2차 추경에 반영하는 계획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예성유치원이 설립되려면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함을 전제로 했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 이달 초 예우차원에서 도의회에 부지 이전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지만 학교 설립에 관한 사항은 도의회와 어떤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예성유치원 예산이 삭감되자 다른 태도를 보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관례적으로 상정을 했는데 이번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몇몇 의원만 사전협의를 했다”며 “예성유치원 설립예산이 연말까지 살아있는 만큼 2차 추경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4년 개원 차질 예상

결국 삼원단설유치원 부지를 둘러싼 불똥이 예성유치원 예산 삭감으로 튄 것이며, 2014년 개원 예정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삼원단설유치원 부지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삼원초교에 짓든지 1차 추경 때 검토했던 충주국원고등학교 부지(옛 충주농고 실습지)에 2차 추경 때 상정할지 고려 중이다.

지난해 충주지역은 단설유치원 설립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학부모와 교육계는 찬성론을,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반대론을 폈다. 결국 1개의 삼원단설유치원만 통과됐고, 예성단설유치원 건립 예산은 전액 삭감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그리고 올해 다시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어쨌든 예성단설유치원 건립은 올 연말까지 결정돼야 한다. 이때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확보된 예산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아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단설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원장과 원감이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으로, 학비가 사립유치원의 1/6 수준이며, 3~5살 누리과정 도입에 따른 연령별 단일반 학급편성이 가능하다.
현재 도내 단설유치원은 모두 15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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