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 건축가

어느 날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며 진행하는 흔한 방송이었다. 그들의 이야기 도중 “부러우면 지는 거야”하며 인정하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고 다들 맞는다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무심코 듣던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무의식에 깔려있는 우리들의 통념이 이리도 한심스러울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러워하지 말자는 말은 인정하지 말자라고 들린다. 안 부럽다고 우긴다고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린 인정하지 말고 살자고 한다.

요즘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에 대한 인터넷상의 논의가 뜨겁다. 용기와 힘을 북돋아줘야 할 사람들 중에는 그녀의 실력이 과대평가됐다는 둥 심사위원을 매수했다는 둥 치졸한 논쟁을 벌여 우리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이런 사건들 속에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치졸한 문화의식이 숨어있다.

한참 인기 있는 걸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소녀들이 연예계에서 성공하려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생각하면 기특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내 딸이 그런 꿈을 갖고 노력해서 멋지게 변신했다면 그건 너무도 아름다운 성장이다. 정말 인정하고 칭찬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칭찬받고 인정받은 사람은 더욱더 신나 그 분야의 일을 열심히 할 것이고, 그런 노력은 세계로 더 나아가 한류의 바람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 줄 거라 믿는다.

이제 누군가가 부러우면 마음껏 부러워하자. 그리고 그를 인정하자. 그것이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그래야만 내가 정식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부러워야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려고 노력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의지가 갖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자. 꿈을 쫓아 노력하고 있을 때 무엇이 가장 힘이 되었는지. 인정받고 칭찬받았을 때, 힘겨운 과정 속에 쓰러지고 싶을 때 나를 지탱해준 것은 무엇이었는지.

남을 인정하는 사람과 부정하는 사람의 차이는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로의 아호를 부르고 부드러운 존칭을 쓰거나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어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사람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심지어 불구가 된 신체적 약점을 끄집어내 별명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자신 있는 사람은 남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인정치 못하는 사람은 절대 남을 인정치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두고 시간이 지나면 사정이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한심한 위안일 뿐이다.

남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선 더욱더 나빠지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누군가가 부러우면 마음껏 부러워하자. 그리고 인정하자. 그럴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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