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대통령령 불구 광역의회 17곳 모두 제정 안해

<한겨레신문>#1. ㄱ의회 의장. 어머니 생일잔치, 처갓집 식구들과 식사를 한 뒤 그가 결제 때 내민 것은 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모두 12차례 120만원 결제.

#2. ㄴ의회 한 의원. 제주도, 강원도 강릉으로 휴가를 가서 가족들과 4차례 걸쳐 횟집 등에서 식사를 한 뒤 역시 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2차례 88만원 결제.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써야 할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데도 지방의회 의원들의 청렴·공정 의무를 조례로 제정한 광역의회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는 9일 대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강당에서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 250여명을 대상으로 ‘지방의회 청렴성 제고를 위한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권익위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위법·부당하게 사용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설명회에서 권익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2월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에 따라 각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청렴하고 공정한 의정 수행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조례를 만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전국 광역의회 17곳 어디에도 관련 조례는 없다. 기초의회 244곳 가운데 조례가 있는 곳은 17곳뿐이다.

이날 권익위는 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쓰는 업무추진비의 사용 제한과 공개·환수 규정 등을 담은 ‘지방의회 의원 업무추진비 사용규칙 표준안’도 제시했다. 지방의회에 권고한 표준안에는 공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하거나 심야시간·휴일에는 업무추진비 사용을 제한하도록 했다. 친목회·동호회·시민단체 등에 내는 회비, 다른 의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격려금 등도 제한 대상이다.(표) 권익위는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의원 행동강령 조례는 물론 업무추진비 사용 규칙을 서둘러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권익위는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민·전문가, 이해 관계자 등의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해마다 공개해왔다. 올해부터는 청렴도 평가 대상에 17개 광역의회와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기초의회 등 모두 47개 지방의회가 추가된다. 최현복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지방의회 의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과 행동강령을 적극적으로 제정하고 청렴도 평가를 받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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