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취재2팀 기자

처음 한 제보자의 제보로 시작된 병원과 약국의 담합 사례 취재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먼저 처음 제보해 준 제보자조차 나중에는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 되겠다”며 해당 약국의 손해가 우려 돼 기사화 되는 것을 거부했다.

거짓말 같이 취재차 방문했던 모든 약국이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면서 쉽게 접근도 안 될 뿐더러 자신이 말하기에는 입장이 곤란하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충북약사회와 청주약사회 전·현직 관계자들도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주며 인터뷰를 양보하는 ‘친절’까지 보였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배경에는 당연 보건당국과 의사계에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약사간 불의한 담합사례는 분노하지만, 불 보듯 뻔하도록 손해 보는 일을 자발적으로 나서 바른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약사는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마감 때가 다가오며 생각보다 취재에 진척이 이어지지 않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심정이었다.
청주와 의약분업 예외지역인 청원 인근 십 수군 데의 약국을 돌며 느낀 공통점은 대부분의 약사들이 겉으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의사와 약사간의 불공정한 거래와 현재의 의약 분업에 대해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점이었다.

의원이 있는 건물에서 약국을 개업하려면 터무니없이 권리금이 비싸고 상점 권리금 뿐만 아니라 수억에 이르는 바닥권리금까지 받는 곳이 있다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약사가 어디 있겠는가.
한 약사는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는 아무 힘이 없고 갑을관계에서 그저 을의 입장에 있을 뿐”이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한탄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병원을 짓는데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조제 건당 500~1000원까지 요구하는 병원도 수두룩했다. 취재수첩에 기록된 의원들을 일일이 꺼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분명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금지 대책’을 내놓으며 이를 위반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란 듯이 이를 위반하고 있었다.
의사와 약사 간 불공정 거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어 정부기관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아무리 외쳐도 공염불이 되는 것만 같아 괴로운 마음마저 든다.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자생능력이 없을 것 같았던 의사와 약사 간의 불공정한 담합 사례에서 양심 있는 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한 명을 만나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양심에 민감한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다. 소금이 없으면 음식은 맛을 잃지만 이런 소금 같은 맛을 내는 의사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에 아직은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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