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70),백성학(69) 동부LPG 용정충전소 시끌벅적 충전기

“야, 지금 몇시나 됐냐?”. “시계 보면 되잖아”. “시계가 어딨어?”. “어매, 여기서 일한지가 4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그걸 몰라. 눈알은 집에다 두고 다니는 겨?”. “어째 너 말하는 것이 털이 숭숭 나있다”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상대방이 물어보는 말에 순순히 대답해주는 법도 없다. 가시 돋친 말이 들어가고 주먹감자도 오갔다. 발길질이 나오면 다른 한사람은 도망 가다 배를 잡고 웃는다.

▲ 백성학 씨 ▲ 김응수 씨

지칠 법도 한데 잠시도 멈추는 법이 없는 두 사람. 올해 70세인 김응수씨와 69세인 백성학씨 두 사람이 시끌벅적하게 충전소에서 일하는 모습이다. 차에서 내려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두 분께 물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을 일이 어딨어”. 답은 간단했다.

그럼 두 분이 하루 종일 이렇게 싸우시면서 일 하냐고 물으니 옆에 있는 40대의 여성 충전원이 말했다. “그럼요. 하루 종일 이래요” 이유를 물었다. “재미나게 일 해야지. 그래야 시간이 빨리 가지”
백성학 씨는 자신의 허리뼈가 성한 것이 다섯 개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 건설현장 막 일을 하면서 얻은 상처란다. 충전소에서 일한지 7년이 됐고 한달 월급으로 14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심심하지도 않고 돈도 벌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단다.

한국전력을 정년 퇴직한 김응수 씨는 올해로 4년이 됐다고 했다.
자녀를 몇 두었나냐고 물으니 백성학씨는 셋을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응수 씨도 자신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응수씨가 발끈 했다. “내가 어떻게 너랑 똑 같아? 너는 아들 둘에 딸 하나지만 나는 딸 둘에 아들이 하나여. 이놈아”.
인생 후반부에 충전소에서 만난 ‘아웅 다웅’ 짝꿍들의 하루는 따가운 봄 햇살처럼 그렇게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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