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 병원-약국 담합 ‘고질병’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1년도에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금지 대책’을 내 놓은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담합 사례의 유형으로 ▲약국개설자가 의료기관개설자에게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금전·물품·편익·노무·향응 기타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의료기관에 특정 약국만의 소재를 표시한 지도 안내문을 게시·배포하거나 지정약국·협력약국 등을 표시·표방하여 환자를 안내하는 행위 등 6가지가 게시되어 있다. 만약 이를 위반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충청리뷰> 취재 결과 10여년이 지났어도 이런 담합 사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의료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최근 고향 보은지역에서 약국을 열고자 의료 클리닉 전용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찾았다. 약국이 클리닉 1층에 있다 보니 권리금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상점 권리금 뿐 만 아니라 2억에 이르는 바닥 권리금까지 있는 것을 듣고 A씨는 아연했다.

게다가 클리닉측은 A씨에게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2층 병원 인테리어 비용까지 요구했다. A는 건물주의 이런 요구 조건을 빚을 내가며 들어줬다. 시골에서 병원도 한정되어 있고 병원 밑 약국도 한정 되어 있어 이곳을 포기하면 다른 약사 경쟁자가 차지 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 의사와 약사 간 불공정 거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어 정부기관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B씨의 사례도 비슷했다. B씨는 1층에 약국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이비인후과가 있는 2층의 인테리어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씨가 어렵다고 거절하자 이비인후과 측에서는 인테리어 대신 입주 조건으로 5000 만원을 요구했다. B씨가 다시 고민을 하자 이번엔 처방 건당 500원을 제시했다.

약국 평균 하루에 60~80건의 처방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임대료 외에도 병원은 한 달에 100여만의 수익을 요구하는 셈이다. B씨는 그런 풍토가 맘에 안 들어 결국 병원 약국 계약을 포기했다고 한다.

처방전 한 건당 500원을 요구하는 병원은 그나마 양심 있다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야기 한다. 취재결과 청주시내 모 이비인후과, 모 내과 같은 경우는 건당 1000원을 약국에 요구하고 있었다.

충북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처방전 건당 약값을 받는 병원은 비일비재하다. 전국에서 청주가 유독 심하다고 한다”며 “아마도 못된 버릇은 제일 빨리 배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어둠 속 제안은 내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에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이비인후과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마도 감기환자들이 많다 보니 그런 듯 싶다.  C씨 같은 경우는 약국에서 병원 임대료와 환자 주차료까지 내주고 있었다.

C씨는 “이런 제안은 의사들이 직접 요구하지는 않는다. 중간에 브로커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폐단을 막지 않는 한 이런 문화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취재를 통해 지금은 그런 관행이 없어졌으나 한동안 모 종합병원에서는 몇 개의 약국 가운데 특정약국을 권해주는 행태도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충북 도내 어느 병원에서는 병원건물에 자기 약국을 둘 수 없는 규정에 따라 편법을 이용해 병원 옆 가건물을 매입해서 등기를 병원 앞으로 두고 운영하는 병원도 있었다.

이곳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몇 개의 약국 가운데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 약국에서 처방전을 받고 있었다. 특정 약국에 대해 지도 안내문을 배포하거나 지정약국이라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편법을 이용해 병원에서 매입한 가까운 약국을 환자들이 이용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밖에도 이른바 면대(면허대여)를 하는 약국도 청주 시내에서 상당수 분포되어 있어 사법당국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주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D씨는 “의사들도 이런 것이 보편화 되다보니 안 받으면 손해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며 “이런 것들 때문에 의사로 처음 일했을 때 느낀 자부심, 사명감은 없어지고 오로지 돈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는 약사와 의사간 불공정 거래가 없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문제로 깊이 접근해서 구체적으로 근절 시켜야 한다”면서 “결탁, 폭리, 이중수입이 아닌 의사와 약사 간 공생, 윈윈, 상호 협조의 체제로 나아가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이끌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와 약사간 보이지 않는 갈등 심화 조짐
조찬휘 약사회장 "강한 약사회 만들 것", "팜파라치 강경 대응"

최근 몰래카메라 고발 등으로 인해 의사계와 약사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7일 공식적으로 회장 직의 임무 수행에 들어간 제37대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취임사 발언에서 이러한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아무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약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만약 약사의 직능을 폄하하거나 침범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순종적, 순응적이었던 기존 정책을 벗어나겠다"며 "우리들은 아픔을 받는 만큼 이를 되돌려 줄 역량이 있다는 걸 대내외에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 회장의 발언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의료계와의 갈등을 염두 해 두고 강한 약사회를 만들고자 천명한 것이라고 약사계는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한동안 잦아들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팜파라치'에 대해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 회장은 "팜파라치의 악랄한 행위엔 모든 수단을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수장 자리에 오른 조 회장이 이러한 의료단체의 약국 몰카 고발 활동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팜파라치란 약국 내 약사들의 불법 조제 등의 행위를 몰래 카메라에 담아 당국에 고발하는 행동을 말한다. 실제로 손님을 가장해 약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전국의사총연합은 법적 근거 내용을 토대로 활동한 것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의총은 "불법행위를 일삼는 약국에 대한 활동은 명백히 합법"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약사회 측의 입장은 스스로의 위법 행위를 줄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약사회 약국자율정화TF팀은 특정 의·약사단체 또는 개인이 약국 내 영업활동을 사전 동의없이 촬영하는 것에 대해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라고 반박했다.

청주 시내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우리 약사들은 핍박당하는 입장이다. 의사들이 사법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전의총의 팜파라치들이 점심 시간에 가운을 벗고 식사하는 것 조차 고발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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