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상수 이주노동자, 잠재적 사회 갈등 요소
이주노동자 인권지킴이 활동으로 공존의 해법 모색

 

▲ 이주노동자들이 충북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이와 같이 인권단체들은 기초적인 적응교육에서부터 쉼터제공, 근로기준법 상담등 정부가 하지 못한 일들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이미 한국경제의 내부 구조에 깊숙이 편입 됐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한 이주노동자가 13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린다. 이 숫자라면 1500만 명의 고용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수치가 10%에 육박한 것이다. 더 이상 이들은 경제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고정적인 상수를 차지했고 이들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 할 수 조차 없다.

반면 이주노동자의 유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박장훈 청주 출입국관리사무소 팀장은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단속을 요청하는 신고자의 90%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이주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해 상실감을 느낀 내국인들이 보복적으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잠식을 반영하듯 최재용 청주고용센터 외국인력팀장은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의 고용시장에 대한 보호를 주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저임금으로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는 점점 높아졌고 따라서 내국인의 일자리도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차이를 다름으로 생각해 구조적 차별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더 서럽기도 하다. 유학생이자 이주노동자 인권활동을 하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자파르 씨는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인 35만 명이 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독일 사람도 있고 터기 사람도 있지만 다 똑 같아요. 한 번도 다르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사회는 이중성의 사회다. 발전한 경제구조와 풍요로움이 있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돈이 우선하고 차이가 차별로 연결되는 상처의 공간이다. 이러한 상처가 생생하게 나타나는 현장에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사람이 왜 그 친구들 편을 드나?"
정진헌(45 )충북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방도 되지 않는 컨테이너에서 생활 한다. 그가 받고 있는 월급은 100만원이다. 사실상 이주노동자들 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정 사무국장이 활동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 국장은  ‘분노’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그가 상대한 사건 만 해도 900건이 넘는다. 적응 상담과 같은 단순한 문제에서부터 임금체불, 폭행, 전직 등과 관련한  중대한 일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 대부분은 피부색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당한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정 국장은 설명했다.

관리자에게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찾아온 이주노동자에서부터 손과 팔이 잘리는 중대 재해를 당해도 산재인정을 못 받은 노동자까지 무법지대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었다.

정 국장은 그럴 때 마다 자괴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한국인 사업주에게 이런 문제를 항의 할라 치면 오히려 한국 사람이 왜 그 친구 편을 드냐는 항의를 받았다. 

만약 이주노동자들에게 선거권이 있었다면 현재 상태로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정 국장은 분석했다. 이들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죽은 오리 사체가 그득한 공간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는 현실을 정치권이 가만히 두었겠냐는 것이다.

투표권이 있는 결혼이민 이주여성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만큼만 투여해도 현재 나타난 많은 문제점을  개선 할 수 있다고 정 국장은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안정성 강화시키는 일
안건수 (51)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14년 동안 다니던 신협을 그만두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지 벌써 11년째인 안 소장은 이주노동자 인권을 지키는 것을 외국인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중국 교포 등 이주노동자들이 없다면 농사도 못 진다 ’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 경제에서 이들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커다란 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갈등만 부추긴다고 안 소장은 판단한다. 일선 현장에서 바라 보았을 때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수준을 넘어 한국인을 증오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안 소장은 주장한다.

활동의 어려움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밀려오는 상담은 줄을 잇지만 인권 활동가들이 부족해 제대로 지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충분한 활동가를 확보하지 못하고 또 적절한 임금을 주지 못하는 것 외에도 재정이 부족해 생기는 어려움은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안 소장은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이주노동자 쉼터’를 꼽았다.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을 옮길 때 당장 숙식 할 곳이 없어 길거리에 내몰리는 경우도 발생한 다는 것. 이를 위해선 쉼터가 필요하지만 재정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운영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 행사 같은 문제는 많이 개선 됐지만 아직도 넘지 못한 벽이 있는데 그 벽을 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이주노동자를 외국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똑 같은 사람. 인권을 가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볼 때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 것 없이’… 한국의 귄터 발라프를 기다리며

독일인 르포 기자 귄터 발라프는 갈색의 콘택트 렌즈를 구입했다. 이유는 터키인의 눈빛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다.  이어 어설픈 독일어식 발음으로 자신의 말을 바꾸는 연습을 했고 터기인으로 여권을 위조했다.

그리고 독일인 귄터 발라프에서 터키인 ‘알리’로 다시 태어났다. 다시 태어난 알리는 맥도널드와 제철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제약업체의 임상 시험 연구실에 지원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제약회사의 불법 임상 실험 모든 과정을 체험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어떠한 차별도 없다던 당시 독일의 상황을 권터 글라프는 직접 이주노동자가 돼 그 위선적인 장면을 모두 체험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책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 것 없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2012년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6월 현재 국내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 노동자는 111만 4000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권단체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더 많은 귄터 발라프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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