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13년 전 이맘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오랜 자취생활과 불규칙한 식사, 그리고 매일 저녁 친선(?)모임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온 적이 있습니다. 의료상식이 별로 없었기에 이상증세를 느낀 4, 5일 만에 병원을 찾았고, 종합병원을 가보라는 처방에 흠짓 놀랐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도 잠시, 이미 발걸음은 청주의료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박봉의 급여로 곤궁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여 내린 명쾌한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의료원에서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아마 많은 서민들에게 공공병원인 의료원은 그런 존재일 것입니다. 비록 대학 병원에 비해 시설이 떨어지고, 장례식장 수입으로 연명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합니다.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의료원의 수익성 논란은 한 번도 피해가지 못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일쑤입니다. 그럴지언정 의료원의 공공기능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의료안전망이기에 없어선 안 될 곳이지요.

최근 불거진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 공공병원을 수익성을 이유로 시장 논리로 접근해 폐업하겠다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천박한 일련의 행동은 정말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2011년 34개 지방의료원 중에 의료수익 흑자를 낸 곳은 경북 김천의료원 뿐이라고 합니다. 물론 수익만 놓고 봐서는 34곳의 누적부채가 5014억원이고 병원당 많은 빚은 져 지방재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적자 경영의 가장 큰 이유는 정상 진료만으론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의료제도 즉 저수가 제도입니다. 일반 병원처럼 적자가 나면 비보험 진료를 늘리거나 가격을 올려 메우지 못하는 공공병원은 수익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의료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지난 2011년 전남 강진의료원은 분만센터를 열어 서부 전남권의 센터 기능을, 청주의료원도 200병상 넘는 정신병원을 통해 공익성을 담보하며, 지역별로 심혈관센터, 외국인근로자,탈북자 무료 진료사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진주의료원 역시 보호자 없는 병원, 장애인치과, 말기환자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며 공익성을 우위에 두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환자들이 1순위로 찾는 공공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빈부의 격차 역시 더욱 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복지, 의료에 대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보다 절실한 이 때 수익성 논리로 공공병원을 없애겠다는 것은 국민을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공공의료를 열악한 지방재정에만 떠넘겨선 안 되고,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의 노력으로 진주의료원 정상화에 힘써야 합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와 홍준표 경남도정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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