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도심 재개발의 대안으로 종종 거론되는 것은 도심재생이다. 도심재생에는 주민과 문화, 공동체의 삶이 필수요소다. 사라진 마을의 이야기를 찾고 복원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외친다.

사직 2동과 중앙동은 과거의 흥망성쇠를 간직한 대표적인 동네다. 개발에서 밀려난 동네에서 주민들은 과거를 끄집어내고 이를 콘텐츠화려고 한다. 중앙동은 대형 소나무를 심어 이목을 끌려고 시도하고, 매주 프리마켓을 열어 홍대 거리를 따라잡아 보기도 한다. 사직 2동은 마을기업을 창업하고, 따끈따끈한 두부를 만들어 경제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이러한 사업이 결실이 맺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사업마다 예산 지원을 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주민들이 주머니에서 갹출해 일을 벌이기도 했다.

모두 ‘공동체’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개인화되고 도시화된 공간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찾는 것이 바로 정책이고 사업이 돼버린 것이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등의 관련사업과 문화공동체, 생태공동체, 복지공동체, 경제공동체, 도심재생 공동체 등등의 수많은 카테고리. 결국 본질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좀 더 많은 이야기꺼리를 생산하고 나누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일상의 풍경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러한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은 이상적으로 보이면서도 함께 나눈 생각들이 구체화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사업의 결과물은 그리 멋지지 않다. 대형소나무는 심었지만 죽어서 뉴스꺼리가 됐고, 프리마켓에서도 엄청나게 멋진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 주민들이 손수 그린 벽화나 예술가가 참여해서 직접 그린 벽화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꿈꾼 공동체의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가치가 곧 부가가치가 되고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면 너무 먼 이야기일까.

어쩌면 마을에 벽화가 그려져도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고, 결국 또 다른 누군가가 와서 다시 그리는 일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름도 채 알지 못했던 주민들이 손을 잡고 같은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성공적인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행정에서도 이러한 ‘마을만들기’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청주시는 아직까지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체계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고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체계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다만 정책이 필요하고 예산지원도 선행돼야 하지만 이 또한 공동체를 미끼로 한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외쳤고, 결국 각 부처마다 이에 대한 사업을 벌여 전국에 수많은 ‘둘레길’을 양산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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