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언론인단체 정치인에게 상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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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언론인단체 정치인에게 상 남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05.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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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김영환 의원,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 ‘인물대상’
홈페이지 있으나 통화불가, 언론사 사칭 책 판매 전력

▲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언론단체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상을 남발하고 있다. 때로는 참가비, 홍보비 명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아니면 저명인사들을 수상자에 끼워 넣음으로서 이른바 밑밥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사진은 2008년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영대상 시상식과 패션쇼에 참석했던 정우택 당시 충북지사.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실은 4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 주는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물 대상(정치 부문)’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상식이 열렸으며, 주최 측이 밝힌 선정사유는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은 물론 많은 공헌을 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실은 또 “이 상이 2002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12회째를 맞고 있으며, 그 동안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을 기울인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5개 부문의 명망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이라고 밝혔다.

수상자 선정도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각계 인사 5인과 애독자 200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면밀한 검토와 인증작업을 거친다는 것. 이번에도 약 30여명이 선정됐으며 문화 분야 수상자인 가수 설운도, 장윤정씨의 축하공연이 함께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의원은 수상식에서 “여당 지도부로서 앞으로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목소리를 충실해 대변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역할에도 소임을 다하여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치분야 체육공로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도 보도자료를 통해 함께 알렸다. 도내 일간지들은 30일자 신문을 통해 정 의원의 수상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또 어떤 사람들이 상을 받았는지,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하 기자연맹)이 어떤 단체인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언론보도는 없었다.

2010년 창립에, 12회 시상?

포털사이트에서 기자연맹을 검색하니 홈페이지가 있었다. 그러나 4월30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홈페이지 어디에도 인물대상과 관련한 소개가 나오지 않았다. 더욱 의심이 가는 것은 기자연맹의 인물대상이 2002년부터 시작돼 12회를 맞는다고 했으나 기자연맹이 2010년 7월 창립됐다는 것이다. 그 전신인 한국신문방송기자클럽도 2006년에 생긴 것으로 돼있다.

이밖에 기자연맹이 ‘미디어신문’ ‘한반도신문’ ‘한국생활체육신문’ ‘대한전우신문’ 등을 발행한다고 소개돼 있지만 어느 매체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었다. 자매지로 대한일보가 있다고 나와 있으나 이곳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물 대상’을 검색하니 괴산 출신의 김영환(경기 안산상록을·민주), 김기현(울산 남구을·새누리) 의원, (사)가족지킴이 충청북도회장인 김말숙 MS하이텍 대표이사가 같은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해당 기사는 각각 개별기사로 수상자 측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짐작됐다.

정우택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 보좌진들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아서 배포한 것이다. 보도자료 배포 뒤 해당 단체의 신뢰성에 대해서 염려하는 전화를 받았다. 도서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등 영리추구 단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보도자료를 회수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준다고 해서 받은 것이다. 밖에서 생각하듯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얘기를 종합해 볼 때 기자연맹이 정치권 등의 저명인사들에게 상을 줌으로써 상의 권위를 높이려하지 않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정치인들을 밑밥으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언론사 사칭 도서판매 27억원

▲ 정우택 의원 등에게 인물대상을 준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은 2011년 타 언론사를 사칭해 책을 판매한 혐의로 충북지방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다. 연맹이 만든 책은 27억원어치나 팔렸으나 판매조직 관계자 6명만 구속됐다. 사진은 문제의 책.

취재과정에서 얻은 수확은 기자연맹이, 또는 기자연맹과 하청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언론사를 사칭해 기업인과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도서를 강매했다는 것이다. 파워블로거인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자신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에 기자연맹과 관련한 유쾌하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2011년 7월 경남도민일보 맛집란에 소개된 식당에 도민일보 기자를 사칭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세계테마기행’이라는 책을 팔았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그 식당에 밥을 먹으러갔다가 주인의 공치사를 듣고 문제의 책이 배달된 운송장을 살펴봤다. 보낸 이 이름은 ‘도민’, 주소는 ‘한국기자클럽’, 발행처는 ‘한국신문방송기자연맹’이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책을 판 사람이 도민일보를 사칭하며 ‘신문에 나온 뒤 효과는 좀 있느냐?’고 너스레까지 떨었더라”며 “책 2권 값이 무려 15만원이었다. 그런데 얼마 뒤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연락이 와서 서면으로 참고인조사에 응했다. 알고 보니 전국적으로 이같은 행각을 벌인 것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충북경찰청 수사2계 이종수 경사는 “전국적으로 피해규모가 엄청났다. 기업인 등에게 27억원 어치를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만든 곳이 기자연맹이었고 도소매판매업자들은 따로 있었다. 판매업자 6명이 법정구속됐고 2명은 아직도 수배중이다. 기자연맹 관계자도 조사했으나 책을 만든 것밖에 없다고 해서 공범으로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자연맹이라는 단체와 인물대상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 이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기 전에 뭐라고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주는 언론단체 많기도 하다
정치인·연예인 등 명예가 필요한 이들 표적

1월22일에는 임각수 괴산군수가 ‘2013 한국을 빛낸 사람들’에 뽑혀 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무상급식, 원어민영어교실 운영 등 명품 교육도시발전공로 때문이었다. 함께 상을 받은 사람은 단체장 12명을 포함 총 99명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9명이나 포함됐다. 경호안전부문, 해외모델부문, 줄기세포 화장품부문 등 상을 주기 위해 온갖 이름을 끌어다 쓴 정황이 역력했다.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언론인연합협의회’는 언론계에선 생소한 김 모 여성회장이 민간골프단체 회장을 겸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라는 단체도 홈페이지에 소개한 전화번호로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 홈피에는 ‘2012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을 알리는 배너광고가 실려 유사한 포상행사를 복수로 진행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지난 2008년에는 진천군수와 옥천군수가 ‘2008년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을 받았다. ○○일보가 주최한 행사는 아예 공문에 홍보비 명목으로 자치단체는 1500만원을 부담하도록 명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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