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청주교차로 기획팀장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중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 시절에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 시절에 처음 친구를 사귀고, 단체생활에 필요한 기초질서를 배운다.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관한 기본 원칙을 배우는 곳이 유치원이다.

지난 한 주 우리는 분명히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을 두 사람을 보았다. 한 사람은 한 지자체의 장이고, 또 한 사람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이다.

첫 번째 사건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교통사고다. 주말에 개인적인 동창회를 관용차를 타고 가다가 산불감시원이 운행 중인 오토바이와 충돌한 사고다. 개인적인 주말 일정에 관용차를 사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직장인들에게도 출장이나 회사의 업무와 관계없는 주말 개인일정에 회사차를 이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사고가 나고도 다른 차량을 이용해 동창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사고 당사자가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일정대로 동창회에 참여했다고 하니 자신의 일정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모양이다.

두 번째 사건은 포스코 임원의 대한항공 승무원 폭행사건이다. 미국 출장길에 기내식을 두 번이나 트집을 잡아 교환하고, 라면이라도 끓여달라던 이 임원은 라면을 두세 차례 다시 끓여갔음에도 되돌려 보내고 결국 잡지를 말아 쥐고 승무원의 머리를 때렸다고 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FBI가 출동해 승무원 폭행(기내난동)은 중대 범죄니 구속수사를 받을 것인지 귀국할 것인지를 물어 곧바로 귀국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특권의식에서 비롯한 사람에 대한 경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직위가 높음이 관용차를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특권의식, 나의 동창회가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특권의식이 그것이고, 나는 대기업의 임원이니 내가 무조건 옳고 잡지로 머리 정도 때려도 되는 그런 사람이라는 특권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조금만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내 발 아래 있는 것 같은 착각,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착각, 나는 너보다 높다는 착각, 그러한 착각이 특권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의 직위가 자신의 권력이 높다고 해서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특권의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한 이런 사건들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관료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또 다른 형태의 조직에서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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