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인수, 수영장·휴양시설 건립… 내년 5월 완공 예정
시세차익만 챙기고 떠나는 악순환 반복에 주민들 ‘노파심’

그동안 침체의 길을 걸어온 충주 수안보 온천지역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이랜드그룹이 사업자의 부도로 방치된 수안보 와이키키 호텔을 인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차례 개발계획 소식을 접했다가 무산된 전철을 보아온 이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속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높다.
충주시와 이랜드는 최근 충주시청 중앙탑 회의실에서 수안보 옛 와이키키호텔 인수 및 관광개발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이 이종배 시장과 함께 와이키키 호텔을 둘러보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온천을 되살려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수안보 한국콘도와 앙성(탄산온천) 켄싱턴리조트 등을 연계한 온천 중심 워터파크의 대규모 레저벨트를 구성해 충주를 관광메카로 되살린다는 구상이다.

우선 1단계로 옛 와이키키를 인수해 내년 5월(300억 원 투자)까지 4만 4000여㎡ 부지 내에 수영장을 건설, 온천수를 이용한 관광숙박업 및 휴양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유휴부지에는 농장형 채소정원과 자연을 살린 휴양형 힐링정원을 개발해 가족이 함께 모여 먹고, 쉬고, 즐길 수 있는 쉼과 휴식의 휴양지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채소정원의 농장 운영은 식자재를 직접 웰빙으로 공급하고, 가족과 시니어들이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게끔 할 예정이다.
또 시니어들을 위한 온천형 힐링리조트와 웰빙식단을 제안하는 건강리조트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최대의 효도관광지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랜드는 복합리조트의 중심인 수안보 와이키키를 ‘친환경 자연형 밀크팜(milk farm)’ 형태로 개발하기로 했다.
친환경 농장형 힐링 리조트를 말하는 밀크팜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개발돼 가족과 시니어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울러 2015년 이후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그동안 침체된 수안보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경 부회장은 “이번 협약으로 쉼과 휴식이 있는 중부권 최대의 복합리조트 개발에 착수하겠다”며 “온천으로 유명한 충주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충주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 최초의 힐링 리조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시장은 “빠른 기간 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시기에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대 숙박시설 부동산 투기대상 전락

와이키키호텔은 1980년대 수안보 온천관광을 주도했던 수안보 최대 숙박시설로 이 지역 관광경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부도를 맞은 이후 잇따른 경매 등으로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하면서 애물단지로 자리 잡았고, 2002년 10월 재산세 체납으로 충주시청에 압류된 뒤 긴 휴업에 들어갔다.

1998년 주 채권자인 삼성생명은 이 호텔을 경매에 넘겼으며, 당시 호텔건물과 토지의 감정가격은 386억 4700만 원이었다.
이때까지는 관광지 상업시설의 가치를 비교적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째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경매를 통해 와이키키를 인수했지만 대부분 사업에 대한 비전이나 투자계획은 뒤로 한 채 부동산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만 챙기고 내팽개치는 악순환을 거듭해 관광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2005년 이 시설을 49억여 원에 경매 낙찰받아 등기이전을 한 서울의 한 업체는 낙찰을 받은 이후 1년이 넘도록 전혀 시설 투자를 하지 않고 매각에만 매달려 주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당시 이 업체는 경매낙찰가의 세배 정도의 높은 매각가격을 제시해 이 시설을 인수, 운영하려는 타 업체들마저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이후 2010년 7월 ㈜아이앤아이 플러스가 와이키키호텔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충주시와 대규모 투자협약을 하면서 회생기대감이 커졌다.

이 회사는 350억 원을 들여 실내가든과 17m짜리 초콜릿 분수대, 세계 최대 초콜릿 박물관, 향수·커피·아이스크림 박물관 등 18가지 위락시설을 갖춘 대규모 테마파크 등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중앙과 지역언론에서 크게 기사화했다.

하지만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와이키키는 지난해 4월 경매절차에 들어갔다. 감정가 253억 원에 시작된 경매는 7차례 유찰되면서 66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랜드가 인수를 결정함에 따라 경매가 취하됐다.

이랜드, 앙성·수안보에 투자 전력

이랜드는 최근 와이키키에 대한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무리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은 크게 반기면서도 중도에 개발이 중단되지 않을까 노파심을 내고 있다.

주민 김모씨(57·충주시 수안보면)는 “이랜드그룹이 와이키키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하지만 혹시라도 중간에 추진계획을 변경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제주도에 신개념 테마파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5000억 원 가량이 투자되며,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세계 곳곳에 이랜드 테마도시를 건설 중으로 이미 충주에는 앙성 켄싱턴리조트와 수안보 한국콘도 등에 투자한바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걱정은 노파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안보는 대기업의 와이키키호텔 인수·개발로 지역 활성화가 기대되는 속에 앞으로의 추진과정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랜드그룹은 20여 개 패션브랜드와 43개 유통업체, 16개 호텔, 20여 개 외식브랜드 등을 운영 중인 연매출 10조 원대의 초일류 기업이다.

패션과 유통으로 몸집을 키운 이랜드는 최근 레저와 관광에 눈을 돌려 국내외의 리조트와 호텔, 콘도, 경매품 등을 인수하고 제주도에 테마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등 사업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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