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풍광초 옥순원 교사 ‘사랑이라는 청진기 하나로’ 출간
7년여 동안 장애아동의 길잡이로 살아

“특수교육의 현실 알리고 싶었다”

   
청주 풍광초등학교 옥순원 교사(50)로부터 책을 한 권 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보다 이 책을 통해 특수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싶어했다. 이번에 펴낸 작품집 ‘사랑이라는 청진기 하나로(사계절 刊)’도 특수교육 에세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한성여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경남 통영시에서 유치원을 운영했던 옥교사는 94년 청주에 정착했다. 방송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이 때 초등교사가 된다. 이 후 한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특수학급을 맡았다가 현재까지 7년여 동안 줄곧 장애아들의 길잡이로 살아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71년 처음으로 장애아동의 분리교육을 위해 특수학급이 신설됐고, 94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 이후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이 실시됐다. 통합은 장애아동의 정상적인 사회적응을 위해 일반 환경에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옥교사는 “일반학교에서 장애아동 4명 이상이 되면 특수학급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교사들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특수학급 담당 교사는 각기 다른 장애 정도에 따라 개별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도 많고 창의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편에 서기로”

그럼에도 그가 장애아동의 교육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안 맡으려 했으나 상황이 주어졌다. 그래서 하다 보니 훨씬 새로운 무엇이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늘 사회적 약자편에 서 있었다. 전교조충북지부나 충북민예총 회원인데 그들 역시 힘과 권력이 없는 집단이다. 그러면서 경력이 쌓이자 이왕 약자편에 섰으니 교사로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능력부족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특수교육 전공자도 아닌 마당에 특수학급을 맡아 늘 모자란다며 자신에게 채찍을 가해온 그는 ‘사랑이라는∼’ 책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양심고백을 했노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의미에서 옥교사는 현재 청주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늘 가슴 아픈 일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억지로 바꿔보려고 하다 그것이 안돼 울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 편에서 바라본다. 그럴 때 느껴지는 감정은 애잔함 같은 것이다.”

실제 이 책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 마디, 한글 한 자, 정확한 발음 한 마디를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과 울고 웃은 일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나를 만난 이상 네게 더 이상의 절망은 없을 거야. 더 깜깜한 절망의 배역은 없을 거야”라고 말하며 다독인다.

특수학급 운영에 대한 따금한 지적

여기까지 보면 이 책은 장애아동과의 생활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옥교사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는 용기를 냈다. 현직교사로서 어쩌면 쉽지 않은 감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도교육청에서 만든 교사배치 기준이 엄연히 있음에도 일선 학교에서 가산점을 원하는 교감 승진 후보자들에게 특수학급 담임을 맡긴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특수학급은 승진가산점을 챙기기 위한 간이역으로 전락해 파행 운영돼 왔고, 학부모들 또한 이런 점에서 교사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도 이런 점에서 오해를 받았지만, 경력이 짧아 아직 승진대열에 끼지 않은데다 이미 가산 점수로 인정해주는 5년이 넘어 떳떳하게 특수학급 교사를 자원할 수 있었다는 그는 이 책에서 승진을 눈앞에 둔 한 남자교사와 벌인 실랑이를 소개했다.

욕설을 하며 비이성적으로 나오는 한 교사에게 그가 던진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특수학급은 선생님같이 승진점수나 채우기 위해 머무는 학급이 아니다. 장학사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특수교육을 그 따위로 이해하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적은 장애이해교육을 시켜보면 일반 아이들은 장애아동을 이해하고 손을 잡으려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특수학급이 특수아의 남다른 성장단계를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배려된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즉 일반학급의 원성을 무마하기 위한 무책임한 격리, 통합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개별화교육을 무시하고 교사의 개인 사정에 따라 일반학급에 함부로 방치되는 관행이 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장애아동부모단체 돕고 싶어”

아울러 장애인을 둔 부모도 죄책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특수학급을 통해 장애자녀의 학습권을 최대한 지원받으며 학교에 당당히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올해 처음 전국에 배치된 특수교육 보조원들에게도 현장 실무에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이 ‘사랑이라는∼’을 펴낸 이유다.

옥교사는 지난 96년부터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아왔다. 그동안 그는 여성신문사주최 동화부문 공모에서 페미니즘을 형상화한 동화 ‘할미꽃 허리는 누가 펴주나’로 여성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동화집 ‘바람을 삼킨 들풀’과 ‘새들이 지키는 마을’, 시집 ‘내 마음의 패스워드’를 펴냈다. ‘사랑이라는~’을 낸 뒤에는 교육장으로부터 격려전화도 받았다고. 책은 전액 출판사 부담으로 나왔지만 장애아동 부모모임에 인세의 일부를 내놓을 예정이라는 것. 그는 이런 것부터 시작해 여유가 생기면 더 구체적인 일을 계획할 것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옥교사는 장애아동을 맡으면서 승진 점수를 ‘구걸’하지 않는 자신을 알아보는 부모들 때문에 요즘 너무 많은 아이들이 풍광초로 전학오고 싶다는 뜻을 비쳐 걱정이다. 특수학급의 정원이 10명 안팎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라는∼’을 펴낸 이후로 학부모들은 옥교사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더 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사랑과 성실로 아이들을 대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실한 책을 출간한 옥교사는 “평범한 길을 스스로 거부한 이상 열심히 한 길을 가겠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이 사회에 참 스승의 의미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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