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서 작은교회·도서관 운영하는 홍승표 목사

교회와 도서관, 생활문화연구소가 모두 한자리에 있다면 그래도 4,5층짜리 단독건물이려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30평 한 층에 모여 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1187번지, 그러니까 원봉중학교 인근에 있는 길벗교회, 지혜의 등대 작은도서관, 디새 생활문화연구소가 그곳이다.

홍승표(49) 목사는 목회자이면서 도서관장이다. 아로마 테라피를 연구하는 사모 김명진씨는 생활연구소장이다. 이 시설에는 간판도 없다. 통유리 한구석에 칼라로 인쇄한 안내판 3개가 붙어있을 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인장과 함께 이리저리 옮겨 다녔을 것으로 보이는 친구 같은 책 4500권과 아로마 향기가 방문객을 맞는다. 작은도서관이라는 것도 생활문화연구소라는 것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교회는?

홍 목사는 커피를 마시며 책 읽기에 좋아 보이는 차탁(茶卓)을 가리켰다. “서너 가정이 모여 주일예배를 봅니다. 열린 교리, 즉 신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겁니다. 설교 15분 외에도 회중이 함께 15분 정도 교리를 공부하는 것이 특징이죠.”

이 사람 혹시 목사를 자처하는 ‘좋은 사람’이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 길벗교회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이다. 충주가 고향인 홍 목사는 대전에서 신학대를 나오고 30살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전도사 시절까지 포함해 보은군 회남면 조곡리에 있는 회남교회에서 16년을 시무했다. 청주로 온 것은 7년 전이다. 지금의 자리로는 작년 10월에 옮겼다.


홍 목사는 “용암동 롯데마트 뒤에 개척교회를 열었다. 후원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교회가 많은데 또 다른 교회가 하나 더 생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작은 교회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교회에는 홍 목사와 함께 책 읽는 아이가 있었다. 늦둥이 아들 사린(9)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보이는데 학교는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한다고 했다. ‘이웃을 섬긴다’는 뜻의 사린(使隣)에서 홍 목사의 철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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