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교 교문은 벽…절반 이상이 초졸 이하
통합교육으로 큰 진전 이뤘지만 남아있는 숙제 많아

정미정(48,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씨는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고등학교 까지 마쳤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정 소장은 부모님과 동네 언니·오빠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전동 휠체어는커녕 일반 휠체어도 없는 시절이라 등에 업혀서 등하교를 했다. 학교에 가면 두 가지 벽에 부딪쳤다. 

혼자 힘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정 소장에게 계단과 화장실은 넘기 힘든 사차원의 벽이 됐다. 중학교 이후 에는 아예 학교 앞에 자취방을 얻고 공부했다. 이렇게 일반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정 소장은 스스로를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 통합교육 실시로 장애인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는 갖게 됐지만 학생들 간의 폭력 등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 육성준기자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야학을 운영하고 있는 다사리학교(교장 송상호)는 지금도 100여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초등부터 고등 검정고시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4일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 검정고시에 장애인은 금천동 혜원학교에서 시험을 치뤘다. 

다사리학교생중 16명도 시험에 응시했다. 송상호 다사리학교장은 정확한 비율은 알수 없지만 나이가 40대 이상인 중증 장애인의 절반 이상이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장애인의 대한 저급한 인식과 부족한 교육여건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송 교장은 말했다.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학교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입학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법은 장애인에게 교육기회를 부여함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는 획기적인 입법조치였다. 장애인에게 학교 문이 개방되고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개념이 도입됐다. 이때부터 장애아동을 특수학교에 격리 수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아동과 공학시키는 개념의 통합교육이 시작됐다.
이를 반증하듯 200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장애인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 비율이 47.3%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19.1%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자립능력을 길러 주는 것

장애학생의 대다수 부모들은 장애학생들이 따로 모여 그들끼리 공부하는 특수학교를 선호하지 않는다.  비장애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일반 학교를 선택한다. 이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부모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자녀가 자립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통합교육이야말로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교류하면서 사회의 공동구성원으로 어울려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장애학생들이 넘어서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왕따 같은 학교폭력이다. 최난나 충북장애인부모회장은 ‘이 벽을 넘지 못하고 학교로부터 단절되는 장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청주의 모 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A씨는 ‘장애학생이 학교폭력의 집중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해서, 중·고등학교의 경우 장애학생이 확실한 약자이기 때문에 학교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A교사는 장애 학생은 비장애 학생에게 이용 당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적장애의 경우 또래 아이들의 무리와 섞여 놀고 싶어 한다. 이 욕구로 인해 무리에 섞이기 위해 비장애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범죄에 이용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반면 선생님과 학교는 현실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100% 감시하거나 시야에 확보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인성교육 사례도 많다.

A교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교육을 통해 참다운 인성교육이 진행된 성공적인 사례가 많다고 했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통해 ‘함께 한다’는 의미를 배우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A 교사는 학교의 실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통합교육이 잘 이루어진 학급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줄어들고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예절이 향상된다. 교사의 말과 수업에 학생들이 집중하게 된다. 당연히 학업성취도도 높아진다. 이런 학급의 아이들은 서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협동학습이 잘 이뤄진다. 학급회의가 활성화되고 웃음소리가 많아졌다”

비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 학생과 동일한 학업 성취를 이루려고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는 성취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 최대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장애학생이 가지고 있는  유아가 블록을 2단으로 쌓는 것도 성취다. 성취라고 하는 것이 동일한 잣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부터 겪는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 이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피해갈수는 없다. 통합교육을 통해 이런 과정을 장애 학생 스스로 겪어보고 이 과정에서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장애 학생들도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장애학생이 통합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가 바로 이것이다.

장애인구 252만명, 비장애인보다 초혼 연령 빠르다.
통계로 보는 장애인


2011년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51만 9241명이다. 2011년 통계청 주민등록인구 5073만 4284명 대비 5.0%를 차지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장애인중 1-2급에 해당하는 장애인이며, 단 뇌병변·시각·지적·자폐성·정신·심장·호흡기· 간질장애 및 팔에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3급까지 포함된다. 중증장애인은 1999년 30만932명에서 2011년 말 현재 82만7728명으로 으로 늘었다. 전체 장애인의 32.9%에 해당한다.

여성장애인 비율도 늘었다. 1999년에는 전체장애인구중 28%에 불과했으나 2011년 말 현재 105만2781명으로 41.8%에 해당한다. 장애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25.3세로 전체인구에 비해 남성 4.5세, 여성 6.4세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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