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유보…“국비 신청 때문에”
한 시장 임기 내 추진 불투명…정치적 부담 회피 여론도

지난해 청주시의회와 청주시는 버스중앙전용차로제와 내덕동 우수저류지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두 사업 모두 청주시와 주민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는 사업인지라 의원들 또한 편을 갈라 의견을 달리했다. 결국 청주시는 두 사업 모두 집행부의 뜻대로 의회에서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지난 11일 한범덕 시장은 버스전용차로제와 관련 해 고심 끝에 사업을 유보한다고 밝혀 해석이 분분하다.

▲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사직로 분수대 앞에서 복대사거리까지 총연장 3.8㎞ 구간에 실시하는 사업이었다.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도입되면 시내버스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 대중교통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임기 내 실천이 불투명해지면서 유보가 아닌 사실상 무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시장은 “지난 4일 국토교통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도시혼잡도로 개선과 관련 지원대상이 기존 서울시와 광역시에서 인구 50만 이상 도시로까지 확대돼 사직로 중앙전용차로 사업도 국비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업이 선정되면 국비를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유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녹색교통 정책 반쪽되나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사직로 분수대 앞에서 복대사거리까지 총 3.8㎞ 구간에 실시하는 사업이었다. 사직로 구간은 청주에서도 시내버스 정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출퇴근 때는 평소보다 2.5배가량 통과시간이 소요된다.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도입되면 시내버스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 대중교통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사실상 한범덕 시장이 외쳤던 녹색수도 캐치플레이즈 가운데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녹색교통 정책의 시작과 끝이었다. 버스중앙전용차로제로 스타트를 끊은 뒤 하상도로 일부 구간을 녹색공간으로 전환, 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을 구상했다. 사람과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 전환이 골자였다.

하지만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사실상 유보 결정으로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녹색추진단 관계자는 “4월 4일전까지는 담당부서 또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같은 사업에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신청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국비 지원을 받아도 빠르면 내년에야 가능하다. 우선 전국에서 수요조사를 통해 5군데 시범사업을 준다. 시범사업에 선정이 안 되면 2015년에 우선순위 5개년 사업에 노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비지원 여부는 올해 10월에 결정 나지만 예산이 확보되는 것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일지 하반기일지 점칠 수가 없다.

“4월 4일전까지 우리도 몰랐다”

당초 청주시는 시비 30억 3800만원을 확보해 추진을 강행했다. 오는 6월까지 기본설계용역을 1억 700만원을 들여 진행할 예정이었다. 설계가 마무리되면 7월 하순부터 9월까지 공사를 한 후 10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내년 1월에는 본격시행을 약속했다.

지난 12일에는 설계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이 용역 결과 전체 공사비용이 늘어난 것도 시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사업비 30억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공사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에 대해 녹색추진단 관계자는 “금액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스콘을 까는 데 최고급으로 하면 비용이 들어난다. 예산이 많으면 안전성을 고려해 중앙분리대를 전 구간에 설치할 수도 있다. 국비지원을 가정한다면 지금의 설계안에서 다소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 30억원을 들여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만약 100억을 들여서 최상급으로 한다고 치자. 국비 지원 70%를 약속했기 때문에 청주시 입장에서는 30억원으로 100억원 짜리 공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한 시장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성공할 경우 정치적인 승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데미지도 큰 사업이다. 결국 국비 재원확보를 이유로 한 유보결정에 정치적인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만약 임기 내 설치했을 때 반대 민원이 더 거세질 수 있다. 국비를 확보하면 국비사업이기 때문에 쉽지 포기하지 못한다. 그 사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이다”고 분석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16일 논평을 내고 “녹색수도 청주, 녹색교통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걷기편한 도시, 자전거가 일상생활이 되는 도시,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 등 도심의 혈관인 교통을 녹색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녹색수도 청주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며 종합적인 교통정책수립을 촉구했다.


청주시 행정 패러다임 바뀌어야
번번히 주민갈등 초래…권위적인 태도 안 바뀌어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유보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시의원은 “선진정책을 추진한다면서 행정을 집행하거나 결정하는 방식은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민 공감대가 선행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민원이 발생하면 뒤로 물러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15일 열린 제320회 청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의원들은 청주시의 행정 난맥상에 대해 5분 발언을 통해 시정을 질타하기도 했다.

청주시의 녹색교통 정책 또한 임기 초에는 북부권 환승센터 설치, 대중교통전용지구, 신교통수단 트램 도입 등 큰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 뚜렷한 실적을 남기기 못하게 됐다. 지난해 청주시는 미국 IBM사의 SCC(스마터시티챌린지)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해외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았다. 그 때 전문가들이 내놓은 안은 버스노선개편과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단계적인 BRT시스템 도입이었다.

시가 이를 받아들여 여러 가지 카드 중에서 임기 내에 실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업이 버스중앙전용차로제였던 것이다. 시는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유보됐지만 시내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47개 노선에 대해서는 일부 노선조정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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