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대통령 역사기록화 사업에 10억원 투입해
내년 6월까지 전시관 짓고 10명 대통령 당 2점 전시

임기도 다 다르고, 공과 과가 있는 전직 대통령 10명이 캔버스에 담기게 됐다. 청남대는 대통령 교육관을 내년 6월경 오픈하면서 전직 대통령 10명의 생애와 업적을 그림으로 남기는 ‘역사기록화’사업을 추진한다.

대통령 기록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지는 데 역사기록화는 1층에 마련되는 2개의 전시실에 들어간다. 전시실은 140평 규모다. 건물 건립비용은 79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역사기록화 사업비만 10억원이다.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에서 5억원, 도비 5억원이 들어간다. 지하 1층은 체험 공간으로 지상 1층은 전시실, 2층은 다목적 홀로 구성된다.

역사기록화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의 작품들이 1인당 2점 씩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면 200호 규모로 총 20점의 작품이 나오게 된다.

▲ 이승만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동상들이 청남대에 전시돼 있다. 이번에는 역대대통령을 콘텐츠로 한 역사기록화 사업을 벌인다. 1인당 2점의 작품을 캔버스에 담겠다는 것이다. 예산은 총 10억원이며 내년 6월에 완공되는 대통령 기록관에 전시된다.

용역 통해 기초조사 완료

청남대 관리사무소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기초자료조사 명목으로 중원문화연구소에 2850만원을 주고 용역을 맡겼다. 청남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용역이었다. 아직까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진위원회와 작가선정위원회, 심의 과정 등을 거쳐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과 1월에 3차례 용역 결과에 따른 자문위원회가 열린 것이 현재까지 진행 일정의 전부다. 청남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오는 5월까지 분야별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뒤 8월 경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다. 작가는 4개월 정도 그림을 그리면 된다”고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의 핵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역사기록화 사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시작단계부터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을 콘텐츠로 하는 유일한 역사기록화라는 점 자체가 엄청난 논란꺼리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가 엇갈리는데, 무엇을 담나

지역의 한 미술인은 이 사업에 대해 “찬성하기도 그렇고 반대하기도 참 그렇다. 사업 자체가 애매하다. 역사기록화는 옛날에 문자나 사진 등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던 시절을 재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중근, 유관순, 6.25 미아리 전투 등은 그 장면의 이미지가 확정돼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은 공감대 형성이 안 된다. 초점을 맞춰서 그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가령 전두환 대통령이라면 5.18을 그려야 하나. 앙면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 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또 대통령을 하고 있지 않는가. 역대대통령도 생존해 있고, 이해관계들의 영향력이 지금도 막강하다. 이럴 경우 참 난감해지는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미술인은 “역사기록화는 사실주의 관점에서 기록해야 하는데 이는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유용한 방법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것도 안 맞는 발상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양각색 일 텐데 일률적으로 찬양하는 작품을 남길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교과서에 실릴만한 작품?

이번 대통령 역사기록화 사업의 기초자료 조사 용역을 맡았던 신영우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아우트라인을 제시했다. 대통령 생애와 관련 작품 하나와 재임기간 업적에 대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사실주의 관점에서 고증을 거쳐서 하되 각 작품이 창의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장르 또한 유화, 수채화 등 여러 가지 안을 제시했다. 작품이 예술성, 역사성, 교육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번 그려놓으면 다시는 바꾸기가 어렵다. 국민에게 전시하는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교과서 및 온갖 책에 내용이 실릴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해서는 그는 의견을 달리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 자체가 시대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봐야 한다. 공과 과의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미래의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을 테마로 하는 전무후무한 역사기록화 사업. 지역의 한 교수는 “차라리 유명한 작가가 와서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작가에게 주제와 내용을 주고 하청 주듯이 그린다면 창의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진, 영상 등이 발달한 시대. 즉 기록이 없기 때문에 기록화를 그리는 게 아닌 상황. 게다가 논란의 콘텐츠인 역대 대통령. 결과물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 뻔하다.


충주시 중원역사인물기록화 사업이 모델?
2005~2010년까지 7억원 들여 22점 제작
이시종 지사 국회의원 시절 추진한 사업

이번에 대통령 역사기록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모델’이 된 사업이 있다. 충주시는 지난 2005년부터 중원문화역사인물기록화를 만들기로 하고 2010년까지 특별교부세와 지방비 등 모두 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2점의 그림을 제작했다. 국원성과 중원고구려비, 악성 우륵과 탄금대, 삼국통일에 기여한 문장가 강수, 선사시대 유물이 출토된 조동리 사람들, 신니 만세운동 등이 작품화됐다.

현재 이 작품은 현재 충주문화회관 2층 전시실에 상설 전시돼 있다. 2007년 전시이후 4년 동안 창고에 방치해 두었다가, 비판여론이 일자 현재는 문화회관 2층 전시실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작가들은 각각 배정된 1개 역사를 300호(3m×2m) 규격의 화폭에 담았으며, 2700만 원의 개인작업료를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중원역사인물기록화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국회의원 재직 시 중원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역사시기별로 나눠 한 폭의 그림에 담겠다는 의지를 갖고 추진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청남대 측과 중원문화연구소 또한 “충주시의 중원문화역사기록화 사업을 참조해서 이번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년간 창고신세로 있다가 최근에야 문화회관에 자리를 잡은 이 작품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오지는 않는다. 당초 중원문화역사인물기록화에 따른 관련사업들이 발표됐지만, 이 또한 다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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