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롯데-하이트진로 충북 텃밭 신경전

술 맛을 좌우하는 양질의 물 확보가 쉽고, 물류비가 많이 투입되는 업종 특성상 충북지역이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의 생산기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텃밭에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맥주업계는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롯데맥주의 첫 제품이 내년초 충주공장에서 생산이 예정돼 있고, 국회에서는 중소맥주사 세율을 대폭 낮추는 주세법 개정 움직임이 일면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강체제에 비상이 걸렸다.

또 소주시장에서는 충북소주가 롯데주류로 인수된지 2년차를 맞아 공장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업계간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 맥주법 개정안에 촉각

중소 맥주 회사를 육성해 오비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법안이 곧 국회에 제출된다.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맥주 제조 시설의 법정 최소 규모를 축소하고 중소 맥주업체에 대한 주세율을 낮추는 주세법 개정안을 이번 주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95% 이상 점유하고 있고, 오비맥주 청원공장의 주력 제품인 ‘카스’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맥주에 부과되는 72% 세율을 제조 시설 규모에 따라 차등해 중소업체는 세율을 30%까지 낮추자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행 주세법은 맥주 출고 금액에 세율을 곱하는 종가(從價)세다. 반면 독일 등은 맥주 제조 규모에 따라 56~84%까지 할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형 맥주 회사들은 부실 업체 난립을 우려하고 있다. 맥주가 생산 시설에 돈이 많이 드는 ‘장치산업’인데, 소규모 시설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 롯데맥주 충주공장 첫 생산

롯데가 충주 맥주공장을 지난해 착공한뒤 시제품을 늦어도 내년초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충주 기업도시내 2만8000여평 용지에 소규모 맥주공장 설립을 위한 공사를 시작한뒤 올해내에 마무리한다.

이번 소규모 맥주공장은 충주 기업도시 남단에 위치한 신산업단지내 본공장 설립에 앞서 시범적으로 맥주생산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설이다.

오는 2015년 용지조성 작업이 완료되는 즉시 롯데는 10만여평의 용지에 본격적인 맥주 생산을 위한 본공장을 설립한다. 모두 1조가량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현재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일본 아사히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청원의 오비맥주와 함께 충북지역이 맥주공장 최신시설을 확보한 맥주생산 전진기지가 된다.

◇ 충북 소주시장도 가열

충북지역의 소주시장은 전국 점유비중은 작지만, 자존심이 걸려 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이나 부산지역 못지않다.

선두를 달리는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충북소주 ‘시원한 청풍’, 롯데주류 ‘처음처럼’ 연합군의 대결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충북지역 자도주 격인 충북소주 ‘시원한 청풍’과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시장점유율은 6대 4정도로 참이슬이 한참 앞선다.

충북지역에서 하이트진로의 우세가 굳어진 것은 충북소주가 롯데주류에 인수된 2011년부터다.

가뜩이나 지역색이 약한 데다 최근 몇 년간 하이트진로가 영업망과 유통조직을 정비하며 강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떨어진 충북소주의 점유율은 롯데주류의 인수 이후 더욱 떨어졌다.

대기업에 자도주를 잃었다고 여긴 충북도민들의 외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하이트진로-충북소주 대결

그렇다고 롯데주류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염총량제에 묶여 공장 증설이 보류됐던 청원 초정 충북소주 공장 확장을 계기로 시장싸움이 본격 이뤄질 전망이다.

충북소주는 1만6000여㎡가량의 공장용지 시설투자를 위해 올해 인허가 등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설비투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 공장보다 규모가 3배가량더 커진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계기로 ‘처음처럼’과 ‘시원한 청풍’의 양동작전이 충북에서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하게 참이슬의 경유소주 논란이 바로 청주에서 터지면서 앞으로 지역내 시장경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청원공장 생산라인을 경찰이 정밀조사해 생산에서의 문제점은 없다고 조기에 밝혀 사태가 일단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 시장변화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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