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학생,급우에게 '죽이겠다' 폭언 듣고 공포감 호소
가해학생부모 "장애인 행동 특성도 폭력" 학폭위에 맞신고
학교 측 "학교는 재량권 없어… 학폭위서 공정하게 처리"

▲ 청주의 모 중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에게 언어 폭력을 당한 장애 학생이 극단적인 공포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가해학생의 부모가 장애인의 행동 특성 또한 폭력이라며 학폭위에 맞 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학생이 겪는 이중고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장애학생의 학부모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난나 충북장애인학부모회장은 지난 3월 28일 청주시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심의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비장애인들로만 구성돼 해당 장애학생과 부모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인 김나영(가명. 17세, ○○중 3학년)양은 3월 27일 점심시간에 같은 반 친구 5명으로부터 학교 쓰레기장으로 불려나가  장애를 비하 하는 욕설과 함께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귀가한 김 양이  ‘죽이지마. 무서워’란 말을 반복해서 중얼 거리는 것을 본 부모가 사실 관계를 물었고 김 양은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부모에게 말했고  김 양의 부모가 최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사건 다음 날 김 양은 ‘엄마한테 말 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가 날 죽일거야’라며 극단적인 공포감을 호소했고 이에 김 양의 부모는 학폭위에 신고했다. 김 양의 심리 상태로는  등교가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부모는 학교 대신에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상담을 진행했다. 그 다음 날 김 양은 등교를 했지만 ‘무섭다’며 원래의 교실을 들어가는 것을 거부해 특수학급 교실에서 보호를 받았다.

학폭위 신고를 접수받은 이 학교는 김 양의 부모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사전 고지 없이 김 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의 학부모와 대면하게 됐고 이 사건이 피해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애특성이 무시된 채  단순한 언어폭력 사건처럼 다뤄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최 회장과 김 양 부모의 주장이다. 
반면 가해학생의 부모는 오히려 김 양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며 학폭위에 사건으로 접수 했다. 김양이 수 차례에 걸쳐 남학생에게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강요하고 수시로 전화해 함께 놀아줄 것을 압박하는 식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학폭위, 비장애인들로만 구성
두 학생이 서로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며 맞 신고한 사건을 처리하는 이 학교 A교장의 입장은 단순했다. 공정하게 학폭위 운영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누구의 편도 아니며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 학폭위가 판단 할 문제라는 것이다.

A 교장은 ‘평상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학교 등나무 옆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대화 도중에 욕설이 오고 간 일인데 학폭위 까지 올 정도는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 교장은 ‘만약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면 서로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양측 부모가 감정이 상하다보니 학폭위로 오게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학폭위로 접수된 이상 학교가 재량으로 할수 있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학교가 할수 있는 것은  양측의 주장을 공정하게 조사해 학부모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학폭위에서 안건을 부의할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판단과 결정은 학교 몫이 아니라 학폭위라는 것이다. 

A 교장은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의 융화를 위해 장애이해교육 등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외부전문가 두 분을 초빙해 장애이해교육을 진행 했고 담임선생님 훈시 등을 통해 수시로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의해 19명의 장애학생이 재학하고 있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사건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애특성 고려가 전혀 없다.
“장애인에 대한 폭력의 개념은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폭력의 개념이 다르다”. 최난나 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폭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적 장애인의 경우 상대방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죽이겠다’는 말이 김양에게는 어느 정도의 폭력인지 일반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는 이해 하기 힘든 특수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충청북도교육청과 해당 학교의 학폭위 회의에 장애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구성된 학폭위는 그 자체로 이미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본인이 직접 상당한 사례 중에 이 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이 두 차례 더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동료학생의 물리적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특수학교로 전학을 하는 가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 학부모는 아이의 지적능력의 한계로 인해 누구에게 맞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 제기도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올해 또 다른 지적장애 학생에게 동료 학생들이  바닥에 던져 놓은 과자를 집어 먹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A 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도 교육청은  ‘최 회장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로 볼수 없기 때문에 학폭위 회의에 위원으로 참석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김 양의 부모와 최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사건을 다루는 학폭위는 지난 4월 5일 개최됐으며 결과는 해당학생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지적장애, 단순한 말이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

청주시내 모 학교에서 15년째 특수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나영 양이 상대학생으로부터 들은‘죽이겠다’는 말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에 따라서는 이 학교에서 수업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심할 경우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사는 지적 장애 학생의 경우 가르치는 대로 말하는 대로 투입되고 받아 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사람에게 느낀 공포가  상황이 악화 되면 공간에 대한 공포로 전환된다고 이 교사는 말했다.  김 양의 경우 비장애 학생과 통합교육이  진행되는 일반 학급에 배정된 상태인데 이것이 불가능해 질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김 양의 반응, 즉 교실에 들어갔을 때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반응이 없다면 가능한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이 경우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는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은 지적 장애 2급을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5 이상 49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아니하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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