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흥이시민대책위, “토지공사 배제하고 전면전으로” 주장
토지공사충북지사 입장화입장 변화 없어

지난 12일 열린우리당 오제세·노영민 당선자와 원흥이시민대책위는 한국토지공사 본사 사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으나 면담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토지공사측에서 오제세 당선자 외에는 만날 수 없다고 트집을 잡는 바람에 옥신각신하다 불발된 것. 염우 원흥이시민대책위 실행위원장의 말이다. “오제세 당선자만 만날 것이라는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음에도 시민단체 대표와의 동석을 거부해 왈가왈부 하는 중에 토지공사 사장이 나가 버렸다. 본사는 그래도 충북지사와 다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갔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 이제는 전면적인 대응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토지공사를 무시하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산남3지구 원흥이마을을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토지공사와의 대화를 수차례 시도했던 원흥이시민대책위가 전면전을 선언해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지역민들의 여론중에는 충북지역 대표단 40명이 토지공사 사장을 면담하러 갔으나 완전 무시당하고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온 사실에 분개하며 토지공사와 ‘맞짱’을 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그래도 요즘 새끼 두꺼비들이 원흥이방죽에서 서식지로 대거 이동을 시작하면서 이 주위에는 비상이 걸렸다. 토지공사충북지사에서 두꺼비들이 모두 이동하고 나면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지공사가 13∼17일에 산남3지구 상가 및 근린생활시설 용지를 일반인에게 분양하면 이 일대에 대한 분양절차는 모두 끝난다. 그렇게되면 지금보다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최후의 수단으로 삼보일배를 시작하고 12일 토지공사 본사를 찾아간 것 또한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원흥이마을 생태문화보전을 놓고 시작된 토지공사와 시민대책위의 싸움이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생태교육연구소 ‘터’ 자연안내자모임에서 산남3지구 원흥이방죽이 두꺼비 집단서식지라는 것을 발견한 뒤 지역의 핫이슈가 됐고, 같은 해 5월 부화와 변태를 거친 새끼 두꺼비들의 장엄한 이동 행렬은 전국적으로 보도돼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지금부터 꼭 1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시민대책위는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 보전을 위해 집회, 시위, 서명, 천막농성, 항의방문 등 기존의 투쟁방식뿐 아니라 음악회, 각계 선언, 원흥이한마당잔치, 생명기도회, 원흥이탐방축제 등의 행사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 5∼8일까지는 삼보일배를 하며 토지공사를 압박하고 15일에는 두꺼비의 안전한 이동을 염원하는 기원제도 올릴 예정이다.

원흥이 생태문화보전운동은 토지공사가 하는 택지개발사업에 대해 본격 시비를 건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싸움의 방식도 다양해 이래저래 관심을 끌고 있다. 김미경 청주YWCA 부장은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반대 이후 투쟁을 축제처럼 하는 경향이 짙다. 원흥이문제도 이런 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줬고, 음악회에 갔을 때도 축제를 즐기는 가운데 환경문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이 문제는 지역 언론에 자주 보도됐으나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밀고 당기는 가운데 지난 4월 9일에는 토지공사가 동원한 용역회사 직원 100여명과 몸싸움이 벌어져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5월 10일에는 토지공사에 쳤던 천막농성장을 토지공사측이 강제로 철거하면서 역시 대책위 관계자가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토지공사와 하청업체인 대보건설이 시민대책위를 대상으로 고발한 소송도 3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토지공사, 입장 변화 없어

그럼 해법은 없는가. 언제까지 개발과 보전을 놓고 환경단체와 토지공사는 평행선을 달릴 것인가. 현재까지 토지공사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산남3지구 택지개발 사업이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어 계획대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고, 둘째는 원흥이방죽과 법원부지 앞에 7000평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방죽에서 서쪽으로 폭 20∼30㎝, 길이 200m의 두꺼비 이동통로와 보조이동통로, 대체산란지를 만드는 것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사항을 담은 실시계획이 이미 지난해 12월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통과돼 더 이상 환경보전을 위한 공간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의견을 구두와 서면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시민대책위는 산남3지구 33만2000평중 2만평을 두꺼비서식공간으로 확보해 인근의 구룡산 부지 38만평과 합쳐 40만평의 생태공원을 만들자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검찰청이 이전돼야 한다는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특히 이들은 시민 모두가 생태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꺼비 생태통로로는 두꺼비를 살릴 수 없어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염우 원흥이시민대책위 실행위원장은 “원흥이마을에 생태공원을 만들면 전국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청주시에 몇 개의 공원이 있다고 해도 자랑할 만한 곳 한 군데 없고 신행정수도가 오면 이런 규모의 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2만평도 다른 녹지와 대토해 위치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박창재 활동국장은 “모두 파헤쳐놓고 다시 수천억을 들여 일산 호수공원같은 것을 조성하느니 처음부터 제대로 된 생태공원을 만들면 훨씬 이익이다. 두꺼비 살리자고 공사를 막느냐고 하는데 이것이 곧 청주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도 책임 느껴야”

문제는 법원·검찰청 부지 이전. 시민대책위는 이미 확보돼 있는 공원녹지비율 20여%(6만평 이상)가 계획돼 있으므로 다른 녹지와 대체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대상이 법원·검찰청인지라 이 부분에 대해 토지공사는 요동도 하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는 지난 4월 10일 낸 보도자료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온 방안이 청주시와 충북도가 이 부지를 매입하고 법원·검찰청으로 하여금 다른 장소로 이전토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정책자문단도 매입비가 평당 30만원 기준으로 약 60∼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계획 변경에 따른 위약 문제가 남지만 더 나은 삶의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서로 양보하자는 것이 교수들의 의견이다. 또 정 안될 경우는 시민들이 ‘땅 1평사기’ 운동을 벌여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방안에 대해서는 청주시와 충북도 모두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청주시와 충북도가 원흥이문제에 나서 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박창재 국장의 말이다. “청주시는 협의기관이고 충북도는 승인권자로 충북도가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충북도를 압박해가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 토지공사측에 두꺼비서식지 보존을 위한 수정안을 내도록 촉구하고 충북도를 향해 삼보일배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정치권에 거는 기대

청주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나 최근 한대수 시장이 청주지법원장과 토지공사충북지사장 및 본사 사장 등을 만나 시민들의 여론을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시민대책위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동안 원흥이문제로 지역이 시끄러웠음에도 한대수 시장과 이원종 지사는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아 민선단체장으로서의 역할을 너무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10일 가진 지역국회의원 당선자와 시민단체 간담회 자리에서도 원흥이문제는 가장 큰 이슈로 다뤄졌다. 이 날 사회단체 대표들은 “자치단체장도 법원·검찰이 걸려 있어 나서지 않고, 시민대책위에서는 토지공사측에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회 등을 제의했으나 모두 단절됐다. 이제는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그래도 토지공사와 대화가 안되면 시·도에서 법원·검찰과 이야기를 해서 푸는 방법밖에 없다”며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충북도·청주시·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원흥이마을을 살리는 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여론이다. 이 곳의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데 4만여명이 서명하고 동의했기 때문에 이 뜻을 받아들여 자치단체와 국민의 대표가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역 국회의원간 대화창구 만들자’

충북총선시민연대 참여단체, 17대 당선자 간담회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귀찮게’ 할 우선 개혁과제들이 나왔다. 충북총선시민연대 참여 단체들은 지난 10일 충북참여연대 동범실에서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열린우리당 오제세·노영민·강혜숙·변재일 당선자가 참석했다. 먼저 지역현안으로는 원흥이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방안 마련, 청원옥산 소로리 최고볍씨 출토 유적지 보전방안 마련, 청주권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 직지세계화 사업 국가정책 사업으로 추진 유도, 학교급식법 개정,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청주 충주 전투비행장 소음피해 보상 및 피해대책 수립 문제가 제기됐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바라는 17대 국회 개혁입법 과제는 국민소환제와 주민소송제 도입, 이라크 파병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민간인학살진상규명특별법 제정, 호주제 폐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정책수립, 언론개혁을 통한 정간법 개정, 16대 국회가 개악한 집시법 재개정,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문예진흥법 개정, 유권자의 참정권 확대와 국민기본권 보장, 지방자치법 개정 등이다.

그러나 이런 과제들은 이미 여러 통로를 통해 제기됐던 것들이고 이 날 눈길을 끈 것은 시민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간에 정례적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일상적인 여론수렴 과정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고, 참석자들은 노영민 당선자를 간사로 정하는 한편 추후 일정을 논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각종 법안 국회 표결 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고제 실시, 정기국회 준비와 국정감사 실시 전 지역단체와의 정책간담회 개최 등 의정활동 추진을 위한 정기적인 정책협의의 장 마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역현안을 비롯한 개혁과제를 놓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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