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가 도심에 밀집돼 있어 철저한 사고예방과 유사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도 연일 사고가 터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오전 4시30분쯤 오창산업단지 내 안경 렌즈 제조업체에서 액상 원료를 고체화하는 과정에서 중합기가 과열해 원료가 타면서 황화수소(유황) 가스가 누출됐다.

올들어 세번째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사고다. 앞서 지난달 22일에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가 누출됐다. 지난 1월15일에는 청주산업단지 내 휴대전화 액정 가공업체에서 불산이 누출됐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도심 속에 위치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감이 높다.

환경부의 2011년 12월말 기준 유독물 영업등록현황에 따르면 충청지역 등록업체는 충북 22개소, 충남 313개소, 대전 93개소 등 683개소다. 이들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의 상당수는 도심에 밀집돼 있다.

 충북의 경우 불산 취급사업장 12개소 등 충북소방본부의 중점관리대상 업체가 67개소다. 중점관리대상업체 취급 화학물질은 암모니아, 염산, 염화수소, 불화수소, 이소포론, 톨로엔, 메틸렌 등으로 누출되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청주, 청원, 충주, 진천, 음성의 도심 또는 근접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청주의 중점관리대상 업체 전체가 청주산단에 있고, 청원군은 오창산단에 밀집돼 있다. 이들 업체의 연간 취급 유해화학물질은 대량이다. 청원군 북이면 한국JCC는 염산 등 7종류의 화학물질을 연간 2만5637톤 가량 취급하고 있다. 진천군 덕산면 세송유화텍은 메틸에틸케톤 등 6종류의 화학물질 9만1980여톤, 진천군 문백면 진솔화학은 수산화나트륨 등 10종류 2만5800여톤 등 연간 다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청주산단은 중점관리대상 업체 중 심텍이 황산 등 18종 1만5870여톤, LG이노텍청주공장이 1만4000여톤을 취급하고, 나머지 중점관리대상 업체도 연간 화학물질 사용량이 수백톤에서 수천톤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화학물질업체가 밀집된 청주산단과 오창산단에서 잇따라 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구미 불산유출 이후 사고가 이어지면서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업체의 예방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는 유해물질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감시체제 구축, 철저한 안전점검과 안전교육 강화를 촉구했다. 관련 제도에 대한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화학물질 취급업체의 관리감독은 1, 2종(대형사업장)은 광역단체, 3종(소규모사업장)은 기초단체가 하고 있고, 안전사고 발생시 행정기관 대응시스템은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사후조치가 이루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 특히 지역별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이 달라 맞춤형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해 기초단체별로 매뉴얼과 대응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오창 화학물질사고의 경우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환경당국의 정기검사나 수시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현행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서 규정하는 등록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법의 정비와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을 정하는 기준과 등록기준을 다시 정하고 여러 기관에 감독권한이 나뉘어 있는 점을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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