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대다수 언론이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지사 입장에선 강성노조에 대한 대항 이미지로 손해 볼 것이 없고, 설령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이슈 메이커가 됐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홍 지사는 “나는 1988년부터 이슈 메이커였다”며 가벼이 넘어갔다.

초보기자인 내게 고민이 생겼다. 취재를 하면서 갑자기 울렁증에 걸렸다. 언제 부터인가 공무원만 만나면 무기력에 빠졌다.

행정 권력의 성역을 들여다 보려면 몇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고 그 관문에는 꼬박 꼬박 공무원이 길목에 있는데 이들만 보면 울렁증이 생기니 기자로서 심각한 문제에 빠진 것이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 봤다. 꼼꼼히 생각해보니 울렁증이 도지기 전에 공통적으로 거친 단계가 있었다. 바로 ‘멘붕’을 당하는 것이다. 돌아보니 그랬다.

도내 고등학교 학교급식 때 고독성 농약인 ‘에피흄’이 사용되는 것을 취재할 때였다. 나름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집중해서 취재를 하는데 도청의 간부 공무원이 한마디 했다. “에이. 뭘 그래요. 우리 땐 포르말린 들어간 것도 먹었는데”

갑자기 멍해졌다. 이 말 한마디에 그 순간 어떤 생각도 기억나지 않았다.

청주산업단지에 불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뒤였다. 어렵게 취재한 결과 불산 유출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 반복되고 은폐됐다는 확신을 할수 있었다. 공무원을 만나 은폐한 연유를 물었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끝까지 의혹을 부인했다. 나름대로 은폐한 것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판단됐을 때 다시 이 공무원을 만나 자신 있게 질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공무원이 역으로 내게 물었다. “도대체 은폐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당신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오?”

이번 취재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건을 취재하면서 만난 모 학교장은 “아니.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알았어요?”란 말로 나를 응대했다. 취재 하려던 내가 신기한 존재가 돼 버려 취재를 당하는 모양새이다.

권력은 큰 것만 존재하지 않는다. 큰 권력은 때론 밤톨만한 권력으로 분산 돼 있다. 이 밤톨만한 권력이 제대로 잘 행사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큰 권력도 제대로 볼수 있다.

그런데 이 밤톨만한 권력의 길목에서 공무원의 말 한마디에 ‘멘붕’에 빠지고 울렁증이 생겼다. 이쯤 되면 나와 공무원들의 전투에서 결국 지고만 셈이다. ‘언론이 아무리 지적해봐야 우리는 꿈쩍하지 않아. 그러니 이쯤에서 포기하시지’하는 그 수법에 넘어간 셈이다.

이쯤 생각해보니 극복해야 될 대상이 하나 더 생겼다. 초보 기자는 울렁증을 급복해야 하고 시민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구렁이 담 넘어가는 허허실실 수법의 공무원의 행정권력에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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