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사찰문건 “충성심 돋보임” 평가받아 2015년 3월까지 임기

<미디어오늘 기사 전재>
3월 26일 김재철 MBC사장이 해임되자 배석규 YTN사장에게 언론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12년 방송3사(KBS, MBC, YTN) 연쇄총파업 당시 퇴진대상이었던 ‘낙하산’ 방송사 사장 가운데 배 사장이 박근혜정부에서도 남아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 YTN 배석규 사장이 지난 22일 서울 남산N타워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통과된 3월 26일 즉각 성명을 내고 “MBC와 더불어 YTN의 정상화는 한국 언론계가 ‘MB의 족쇄’를 끊어내고 새로운 시대에 전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배 사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또한 같은 날 성명에서 “배석규 씨는 마치 김재철 씨와 작전이라도 짠 듯이 해직 사태 장기화와 공정 방송 시스템 파괴, 부실 경영, 법인 카드 사용 의혹, 사원 유배, 소송·징계 남발 등 서로 닮은 온갖 악행으로 재임해 왔다”며 “조직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든 점에서 배석규 씨의 악행은 김재철 씨에 비할 수 없이 무겁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배석규 사장은 구본홍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2009년 10월 사장에 임명되며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 PD를 교체하고 2008년 공정방송투쟁에 앞장섰던 조합원에게 각종 지방발령과 징계를 계속해 사내 분열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석규 사장은 노종면, 우장균, 현덕수, 권석재, 조승호, 정유신 등 공정방송투쟁으로 2008년 10월 6일 해고된 기자 6명의 전원복직 판결이 내려졌던 1심판결에 불복, 거액을 들여 항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를 두고 “1심에서 끝날 수 있었던 해직사태를 안팎의 화해 종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질질 끌어오고 있는 것도 배 사장 책임”이라 비판했다.

배 사장의 과오는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조합원 부당 지국 발령 △해직사태 장기화 △박원순 등 YTN판 블랙리스트 논란 △돌발영상 무력화 등 셀 수 없다는 평가다. 2012년 3월 YTN주주총회 당시에는 사원주주들이 “배 사장이 매달 월 1500~2000만원의 법인카드를 결제했다”며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배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를 무력화시켰던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자 김 사장과 마찬가지로 ‘MB정부 언론사 낙하산 사장’으로 분류되는 배 사장에 대한 퇴진 여론이 불거진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쪼인트를 맞은 김재철 씨는 해임을 당해 쫓겨났건만, 큰집으로부터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배석규 씨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배석규 씨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배석규 사장이 아직도 YTN사옥 안에서 언론장악을 연장시키고 있다.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사장이 된 사람이 아직도 사장직에 남아있다는 것은 언론의 수치”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1일 논평을 내고 “불법행위(불법사찰)로 투입된 YTN 배석규 낙하산도 이번에 정리해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배석규 사장이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개인의 거취 역시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YTN의 한 관계자는 “배석규 사장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청와대가 움직여야 한다”며 청와대의 의중에 주목했다.

YTN의 대주주는 KDN한전(21.4), KT&G(19.9), 미래에셋(14.9), 마사회(9.5) 순이며, YTN이사회는 사장 해임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청와대 ‘신호’에 따라 배 사장의 거취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배 사장의 거취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배 사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 뒤 “지금 임기가 남아있다. (거취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다. 새 정부는 어느 것도 언론에 대해 간섭할 생각 없다. 옛날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계에선 4월 중 MBC 후임 사장이 누가되는지 그 윤곽을 보면 배 사장의 거취 또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MBC 새사장 문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언론장악 의지가 있는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잔재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배 사장이 4월 중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배석규 YTN사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독재자의 딸’연합뉴스 정치부장‘교체’
‘불공정보도’ 비판 받은 정치부장 논설위원실 발령

지난해 12월7일자 연합뉴스 <박근혜, 美 타임誌 최신호 표지모델 등장> 기사.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에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기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던 연합뉴스 정치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는 8일자로 낸 인사에서 이명조 정치부장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으로 발령 냈다. 이 부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12월17~18일 편집국 기자 17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74,3%의 비율로 ‘불신임’ 됐던 인물이다.

당시 연합뉴스 노조(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지부장 고일환)는 대선 기간 동안 이어진 박근혜 후보 편향적인 정치 기사를 문제 삼았다. 특히 지난해 12월7일 ‘타임’지에 보도된 기사를 번역한 연합뉴스 기사가 기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당시 연합뉴스는 ‘The Strongman’s Daughter’라는 제목의 기사를 ‘독재자의 딸’이 아닌 ‘실력자의 딸’로 번역,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만약 박 후보가 12월19일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는 최소한 한 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는 등 타임지의 기사 중 박근혜 후보에게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 보도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불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는 회사에 해당 인사에 대한 인사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연합뉴스 노조는 정치부장의 해임과 징계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정찬 당시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인사조치 등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불신임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부장이 정치부장을 계속 맡아왔다.

연합뉴스 노조 관계자는 “새 경영진에도 (불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부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피력했고 결과적으로 정치부장이 좌천됐다”며 “새 경영진이 정치부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새 출발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새 정치부장에는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 등을 지낸 고승일씨가 임명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명조 정치부장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불공정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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