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치열한 장외 신경전 펼치는 할인업계
기존업체 “기만 아니냐”↔홈플러스 “역할 다했나 반성

삼성 홈플러스의 자본성격과 정체를 놓고 홈플러스와 기존 업체간에 치열한 장외 신경전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 삼성 홈플러스의 자본성격과 정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청주에 진출한 대형할인마트 들. 특히 E마트와 LG마트, 농협물류센터 하나로클럽 등 기존 업체들은 “삼성 홈플러스는 실제로는 영국 테스코사가 1대 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삼성에게 ‘삼성’이라는 이름값을 빌리는 대가(로열티)로 18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삼성 홈플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삼성의 이미지를 빌려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려는 상술에 불과하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돈 받고 ‘삼성’이라는 이름 빌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9년에 55(영국 테스코사) 대 45(삼성)의 자본비율을 보이던 삼성 홈플러스는 그해 삼성이 지분 전체를 테스코사에 매각함으로써 영국자본 기업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만 영국 테스코사는 한국에서 갖고 있는 ‘삼성’ 브랜드 파워를 고려,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가로 삼성이라는 이름을 향후 5년간 계속 사용하는 안’에 합의했다는 설명. 그런 만큼 기존 업체들은 “말로만 삼성홈플러스지 실제론 영국 테스코사의 기업이라고 해야 옳다”며 “세계적 대기업인 삼성이 외국도 아니고 국내에서 돈만 좇아 이름을 빌려주는 장사에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 할인업체는 한술 더 떠 “똑같은 경쟁업체라지만 홈플러스 대신 E마트를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극도의 반발심리마저 드러냈다.“자본-인력 합작한 것인데 왜 말 많나”
삼성 홈플러스 측은 이런 주장의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테스코사는 자본을 대고 인력은 삼성물산이 제공하는 합작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순수 토종자본이라는 E마트도 40% 정도가 외국인 지분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자본의 성격을 굳이 구분짓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반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이 그렇듯 ‘정도(程度)’의 문제가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런 점에서 E마트 등 다른 국내자본 업체와 홈플러스를 동류항에 놓고 같이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업계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는 E마트와 삼성 홈플러스간에 형성된 ‘너무 기묘해서 껄끄러운 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E마트와 삼성의 특수한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 알려진 사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E마트를 계열사로 둔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은 남매지간으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서로 사활을 건 경쟁을 전개하면 할수록 양자간에 소모적 감정이 쌓여가고 있음을 E마트 측은 애써 숨기지 않고 있다.

“할인매장 너무 많은 것 아닌갚 논란 일어
“과도하다”↔ “그렇지 않다” 견해 팽팽히 맞서
“중소형 마트까지 포함하면 분명 과다”



청주지역 대형 할인업계에 거대신성이 출현함으로써 별들의 전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E마트, 농협물류센터 하나로클럽, LG마트, 롯데마트, 까르푸에 이어 삼성 홈플러스가 가세함에 따라 무려 6개에 달하는 대자본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개장한 농협 하나로클럽 분평점 등 중규모의 마트들까지 합치면 청주의 중대형 유통업체는 10곳을 훨씬 넘는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이제 시장은 완전히 포화상태”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도 시화지구는 인구가 25만명인데 대형할인점은 삼성홈플러스 E마트 LG마트 3곳으로 점포 당 1일 매출규모가 1억8000만∼2억원에 이른다”며 “업계에선 인구 20만명에 3개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인구가 60만명에 달하는 청주는 어림셈으로도 9개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 더구나 20만명의 청원까지 포함하면 이론상 12곳 안팎까지 늘어도 결코 과다하다고 할 수만 없는 형국.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청주는 중형급 매장이 즐비한 데다 봉명동에 의류전문취급 아울렛이 곧 개장에 들어갈 예정인 등 실질적으로 시장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신규진입자인 삼성 홈플러스는 물론이고 기존 업체인 롯데마트 청주점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천세영 롯데마트 청주점장은 “사견을 밝힌다면 청주에는 할인점이 더 있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는 할인점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 지역 소비자의 권익이 신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로서도 물론 고객이탈이 걱정된다. 일반 재래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업체는 물론 재래시장 역시 개혁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 추이에 맞춰 특성을 살리며 생존하려는 보다 치열한 노력이 더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정답이 없는 셈으로 앞으로도 숱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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