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건물 설계하고 내용 채우는 용역 준비
고인쇄박물관, 국제교류한다면서 한 때 국제전화 끊기도

청주시의 문화행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 2014년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 청주시립미술관은 건물 설계 공모를 마치고 오는 6월까지 마무리단계에 있지만 운영 내용이나 콘센트를 아직 잡지 못했다. 건물부터 짓고 내용을 채우는 식이다.

자문위원들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자 청주시는 “용역비 3000만원을 이번 추경에 올릴 예정이다. 선후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행정의 미숙함을 인정한다. 뒤늦게라도 바로잡으려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옛 연초제조창에 들어서는 가운데 더욱 시립미술관의 성격과 콘셉트가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것. 시 관계자 또한 “특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용역을 통해 답을 찾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직지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올해는 관련예산이 1000만원뿐인데다가 한 때 국제전화까지 끊는 등 엇박자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유네스코직지시상식 모습.

이를 두고 한 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조각품이다. 건축과 콘셉트가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 단기일에 특색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주제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도 추경예산으로 용역을 준다고 하더라고 최소 3개월을 보내야 한다. 정작 개관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은 1년 남짓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큐레이터는 “벌써부터 누가 관장을 한다 안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미술관 운영 경험이 많거나 국제적인 작가와 네트워크를 많이 해본 사람이 와야 한다. 향토미술관처럼 돼버리면 지역사람들만 찾는 공간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술관 개관을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를 채용해 콘셉트를 잡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립미술관은 총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옛 청주KBS방송국 건물을 리모델링한다. 최근 청주시가 국토교통부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공모해 최대 5억원 가량 국비예산을 더 확보하게 됐다.

국제교류 예산 천만원이 전부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국제교류사업을 한다면서 한 때 국제전화를 끊어놓았다. 올해 독일, 일본, 프랑스와 국제교류 사업을 추진한다고 잡아 놓았지만 전화마저 안 되는 데다 관련 예산은 국제화사업 업무추진비로 잡힌 1000만원이 전부다.

따라서 올해는 청주고인쇄박물관 관계자들이 현지를 방문해 일정을 조율하는 정도로 마무리해야 되는 상황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국제전화의 경우 필요한 부서에만 열어놓는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과거에는 열어놓았지만 올해 닫아놓았다. 다시 요청해 지금은 국제전화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 리옹인쇄박물관에서는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국제교류 사업을 위해 전전임 관장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과거 교류를 통해 만났던 모 관장에게 고민 끝에 교류사업 내용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보통 관장이 종신제 형태다 보니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관장이 바뀔 때마다 내용을 알리는 안내장을 보냈고, 이에 상대국도 축하메일을 보내왔다. 그런데 너무 자주 관장이 바뀌다보니 지금은 일일이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쇄박물관 및 직지홍보계에서는 올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3억 정도 깎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에 해왔던 사업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한다. 신규사업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한 지역의 문화계 인사는 “직지세계화를 외친다면서 국제전화까지 끊는 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인쇄박물관도 20년을 넘긴 만큼 그에 걸 맞는 위상을 갖고 국제적인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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