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는 ‘효자동 이발사’만 있는 게 아니다. 강한구 연합뉴스 사진전문기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지난 20여년 동안 5명에 이르는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왔다.

강 기자는 역대 대통령 중 이른바 ‘사진발’이 제일 안 좋았던 ‘모델’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꼽았다. ‘효자동 이발사’를 난감하게 했던 바로 그 ‘머리카락 부족’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의 이 상식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기가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악수할 때 손은 (상대방에게) 가되 얼굴은 딴 데 간다. 재임 당시 전 대통령은 두 달에 한번씩 사진기자를 초청하곤 했다. 한 번은 ‘사진기자가 보는 나는 어떤갗라고 묻기에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자 ‘아, 그런 것은 내가 고쳐야 되겠네’라고 했으나 3∼4일이 지나면 또 잊어버린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진기자를 대하는 모습이나 감각이 제일 뛰어났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영삼 전 대통령만큼 뛰어나긴 했으나 조금 덜 민첩해 2등으로 밀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진기자한테는 상당히 잘했다. 사진기자가 서있으면 무엇을 해야 될지 잘 알았던 것이다. (대통령 되기 전) 정치할 때 사진기자하고 많이 지내서 그런 것 같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진기자의 의도를) 빨리 캐치하지만, 연로해서 그런지 천천히 포즈를 취하곤 했다.”

대통령의 술 마시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던 강 기자는 최근 참여정부의 ‘사진기자 박대’에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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