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액 임금제’가 발목… 인건비 등 관련 예산 확보 어려워

▲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총액임금제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충청리뷰DB
최근 한화그룹, 이마트, 롯데마트, 우리은행 등 민간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확대되며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 차별행위가 만연했던 과거의 노동시장 관행이 개선되는 청신호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간 분야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독려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제천시와 시 산하 기관 소속 공무원은 989명. 이 중 비정규직인 2년 미만 기간제 공무원은 0.7%인 130여명이다. 인근 원주시와 충주시는 각각 0.9%다.

그러나 이들은 기간제 노동자로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으로 정규직 전환되는 관련 법에 따라 만 2년이 되기 전에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해고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한 번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는 같은 사업장에 대한 재고용이 불가능해 기간제로라도 더 이상 각 지자체에서 근무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지자체에서도 2년이 지난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선 지자체의 발목을 잡는 공무원 총액임금제부터 손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 관계자는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관련 비용이 예산에 반영돼야 하지만, 총액임금제에 묶여 융통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며 “이는 시의 권한이 아니라 안전행정부의 소관이어서 시로서는 총액임금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기간제 공무원을 시 자체적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시가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가 제한한 지자체의 총액임금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고, 예산 지원액 삭감 등 중앙정부로부터 패널티를 부과받아 지자체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 취임 후 기간제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인천시도 최근 시 산하 기관 소속 기간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자체 따라 가이드라인 조정해야”

그러나 이들 지자체는 광역자치단체인데다가 비교적 총액임금에서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면 제천시는 시 재정이 열악할 뿐 아니라 현재도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임금 총액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지자체별 실정을 고려해 총액임금 가이드라인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천시청 소속 한 기간제 공무원은 “정부가 민간 기업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면서 정작 지자체는 총액임금제 규제를 통해 고용환경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자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기계적인 총액임금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천시청 소속 상용직 노동자들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과거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상용직 인력관리 운영지침을 만드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며 단체행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는 이와 관련해서도 총액 인건비를 감안하면 초과근무수당 등의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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