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공신들, 정부부처·공공기관 찍고 ‘다시 정계로’
새누리, 도지사·통합시장 후보 ‘무주공산’ 경쟁치열

이명박 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충북지역 지역인사들은 유례없이 풍성한 잔칫상을 받았다. 공신들이 대거 공공기관 임원으로 발탁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왔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사들도 귀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 번 더’를 외치고 있다.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은 현역이 민주통합당이다. 공공기관 임원이라는 경력을 보탠 새누리당 인사들에게 2014년 지방선거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한대수 전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는 1월말 임기를 마치고 청주로 내려왔다. 한 전 감사는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민선 3기 청주시장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한 전 감사의 권력의지가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44년 생이라는 나이를 고려할 때도 더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 뿐이다.


한 전 감사는 서울과 지방에 모두 거처를 둔 ‘양다리’ 형이 아니다. 한 전 감사는 “서울에는 집도 절도 없다. 고향(청주)에 내려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준비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출마를 준비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봐야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기까지다. 한 전 감사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 통합시장인지, 충북지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는 역설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얘기다.

한 전 감사는 “아직 그런 것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년도 더 남아있지 않나. 여건과 상황을 봐야한다. 경솔하게 말해서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로 시작하는 ○○파이 CM송이 있다. 그만큼 남상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상임감사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정확히 말하면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직은 말할 수가 없다. “현직에 있는 공직자 신분이기 때문에 정치적 진로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이 남 감사의 설명이다. 남 감사의 임기는 4월15일까지다. 그러나 후임감사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가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남 감사는 ‘주말이 되면 청주에 내려와 선거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예식이 있거나 상례가 있을 때만 내려간다. 인간적으로 가는 것”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남 감사는 “상임감사는 후임감사가 취임하기 전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추천절차에 두 달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5월말까지는 근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마음은 청주에 가있다. 청주시민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세간의 소문대로 통합 청주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간접선언으로 읽히는 발언이다.

민선 4기 청주시장을 지낸 남 감사는 또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한다. 통합이 돼서 일거리가 많으니 경험이 많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시장이 돼야한다는 얘기다”라며 타천을 전제로 출마의사를 재확인했다.
남 감사는 자신의 저돌적인 스타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예전에는 고집스럽게 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되면 예전 같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도전은 기정사실이다.

남 감사는 또 “개인적 소신은 정당공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정당공천이 없더라도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권은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시장자리를 가져다 바치는 격이다. 내 선거만 놓고 보면 이번에는 정당공천이 이뤄져야한다. 경선하면 내가 유리하고 맞대결이라면 새누리당에 승산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번 4.24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까지 무공천 방침을 확정하면서 그의 바람은 희망사항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초 정당공천 배제 등 변수

한창희 전 한국농어촌공사 감사도 올해와 내년,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시험대에 올려야할 판이다. 한 전 감사는 민선3기와 민선4기 충주시장에 당선됐으나 재임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첫 당선은 이시종 현 충북지사가 충주시장을 내놓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치른 보궐선거였고, 민선4기는 그의 시장직 박탈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돌린 촌지가 문제가 됐다.

두 번의 시장 당선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불운의 연속이다. 한 전 감사는 2011년 9월 농어촌공사 감사 자리에서 일찌감치 물러났다. 이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 전 감사는 이에 대해 “2011년 10.27 충주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 그런데 당이 뜬금없이 복당불가를 공표했다. 공천을 받지 못하면 계속 감사로 근무할 계획이었는데 공천장을 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감사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감사는 결국 무소속으로 시장 재보선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복당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전 감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충주 당협위원장인 윤진식 의원에게 돌렸다. 복당에 대한 결정권은 당협위원장에게 있다. 윤 의원이 정치적 경쟁자인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윤진식 의원이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은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형이 확정될 경우 10월 재보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 감사는 “정치자금법에 대한 재판은 1년 이내에 처리한다는 것이 방침이다. 8월 안에 3심이 마무리된다고 보면 10.30재보선에 충주가 포함될지 여부는 일찌감치 결정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언제든지 기회가 있으면 나간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한 전 감사는 당적이 없음에도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지방전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전국 전(前)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용됐다. 전직 기초단체장들의 박 후보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임무였다”는 것이 한 전 감사의 설명이다.

한 전 감사는 친MB로 분류돼 농어촌공사 감사로 갔던 것이다. 한 전 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것을 윤진식 의원의 공(?)으로 돌렸다. “고려대 선배라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드렸다. 그런데 역시 고려대 선배인 윤진식 의원의 구박을 받아서 친박이 되어버렸다”는 것.

감사(監事)해서 감사(感謝)했던 그들의 꿈은 끝나지 않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단체장을 거쳐 지난 정권에서 공공기관 임원으로까지 일했던 그들의 귀환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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