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튀는 단체장들 비관료출신 많아, 충북은 모델도 없어
개혁 안하고, 신바람나는 조직문화 없고, 인사도 연공서열 중시

관료출신 단체장들에게 가장 아쉬운 건 행정혁신 마인드 부족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나비축제로 이름을 날린 이석형 전 함평군수, 행정혁신을 이룬 김흥식 전 장성군수, 행정의 ‘원스톱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도한 유화선 전 파주시장 등은 비관료출신이면서 혁신적인 생각으로 유명해진 단체장들이다. 이들은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안정적인 리더십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혁신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흥식 전 군수는 공공기관 최초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명강사를 초청해 ‘21세기 장성아카데미’를 열었는가 하면 농업의 일류화를 주창한 인물.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을 써 이름을 날렸다. 알고보니 김황식 전 총리 형이다. 그리고 유화선 전 파주시장은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사업신청을 6시간만에 승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 씨는 여기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자치단체장의 제1차 고객은 시민이 아니라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단체장이 가장 의식하는 선거집단이다. 그래서 말로는 과장·국장들이 무사안일에 빠져있고 창의력이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정신차리게 개혁하는 사람은 드물다. 개혁하면서 미움을 사기 보다는 대충 넘어가는 것이 관의 논리다”면서 “민선단체장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업은 비생산적인 관료제와의 싸움이다. 이 싸움을 포기한다면 그 조직은 공무원 복지센터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관료출신 단체장들은 본인외에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면이 있다.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 전문가를 모셔 자문을 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이런 점에서는 엄태영 전 제천시장이 종종 회자된다. 엄 시장은 도내 단체장 중 최초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관사를 매각해 서울에 제천학사를 건립하는 등 당시 눈에 띄는 행정을 펼쳤다. 또 한방바이오엑스포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제천만의 축제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내부에 신바람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상벌제도를 명확히 해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자치단체장이 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도 관료출신들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관료출신들은 인사를 할 때도 연공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최호택 교수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실·국장들이 도정성과 지표를 제시하고 이 목표를 달성해 나가도록 하는 Semi -CEO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주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체장은 직원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시종 지사는 실·국장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6급 직원에게도 손수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예산편성시 100만원 단위까지 챙긴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이는 지사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간부들이 역량을 키우거나 내부에 신바람나는 문화를 만드는 데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 충북도청내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다. 고시파를 신뢰하는 이 지사는 중앙에서 고시출신 간부들을 잔뜩 데리고 왔으나 이들조차 뛰게 만들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자리만 채우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범덕 시장은 정책결정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직원들에게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빨리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하나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며 고민하느라 결정이 더딘 것. 이는 개인적인 성향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지치게 하기 십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승진적체가 심한 내부 사정상 일부만이라도 발탁인사를 단행해 조직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으나, 연공서열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관료출신들이 가진 단점으로 꼽힌다.

도민들은 도내 지자체장들이 지나치게 모범생인데다 비판 받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바람에 충북이 ‘고인 물’이 돼버렸다고 보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감사를 받고, 설거지하는 사람이 접시를 깨는 법이지만 실패를 두려워 해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지역인사는 “충북은 너무 조용하다. 민선시대 들어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인데 이렇게 하다가는 뒤처지기 십상이다. 발상의 전환과 혁신행정으로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경영을 하는 지자체장을 만나고 싶다. 관료일색의 자치단체장 명단에 색다른 이력과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들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범으로 대한민국의 지도가 바뀌는 요즘, 실제 신수도권 시대를 끌고나가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도민들의 바람이다.

관료출신 단체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1세기 충북, 아직도 관선시대인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행정학 전공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지방의원, 정당관계자, 공무원 등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충북은 왜 관료출신 단체장이 많을까, 관료출신 단체장이 잘하는 점, 문제점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관료들은 오랫동안 행정 일을 해와 이쪽 분야와 자연스레 친숙해진다. 개중에는 의도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일찌감치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군단위에서는 공무원의 위상이 높아 사무관급만 돼도 단체장 꿈을 꾼다. 이들은 조직운영에 있어 조직장악력은 높은 편이나 자기중심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주민의사를 반영해 시대에 맞는 의사를 결정하고 사후평가를 하는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행정을 하고 있다. 단체장을 지도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문제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큰 반감을 갖지 않는 직종이 공무원이다. 거기다 퇴직 전 보직을 고향에서 하게 되면 자연스레 얼굴을 알리며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혹 부단체장이라도 하게 되면 단체장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돼 자연스레 출마로 이어진다. 이들은 내부현황 파악이 빠르고 선심성 예산 집행이나 자신을 알리는 행사 같은 것을 정치인들보다는 자제하는 편이다. 그러나 관료생활이 몸에 배 혁신적·도전적 행정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행정혁신을 이룬 지자체를 보면 거의 비관료출신 단체장들이다.


유권자들은 이미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된 사람을 뽑는다. 이런 점에서 비관료 출신들은 불리하다. 또 충북지역에는 정치신인을 원치 않는 풍토도 있다. 그런가하면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수적으로 많고 위상이 높아 선거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공무원들이 관료출신 단체장을 원하기 때문에 관료들이 당선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관료들은 안전제일주의로 지자체를 운영하고, 중앙정부에서 예산 많이 받아오는 것을 큰 덕목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어 안타깝다.


유권자는 나보다 학력과 경력이 화려한 사람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고시 패스하고 중앙에서 관료로 성공한 사람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고시 합격하면 요즘도 플래카드 거는 세상이다. 대체로 시단위에서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군단위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는 것 같다. 관료출신 단체장들의 문제점은 단체장들이 대접만 받고 살아 시민불편 사항을 모른다는 것이다. 기초지자체는 생활정치가 중요한데 기사 대동하고 차만 타고 다녀 시민 애로사항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민선단체장이 돼서도 관료적 습성을 버리지 못해 감동행정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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